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몽골은 평균 해발 1585m에 이르는 고지대에 있는 나라로서 면적은 한반도(22만㎦)의 7.1배(156.4만㎢)나 되는 넓은 나라이지만, 인구는 350만 명에 불과하다. 국토는 고지대 초원, 준사막, 사막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국토의 44%가 사막이고, 산림지역은 9%에 불과하다. 또 내륙에 있어서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 때문에 북부 산악지대는 연간 강수량이 350㎜이고, 남쪽 고비사막은 100㎜ 정도이다. 연간 1500~2000㎜인 우리와 비교할 때 얼마나 건조한 지역인지 알 수 있다. 또 고지대의 특성상 여름에도 평균기온은 17~23도로 무덥지 않지만, 겨울은 평균 영하 26도~영하 18도로 매우 춥고 길다. 몽골인들은 이런 건조하고 척박한 고지대에서 수백 년 동안 유목 생활하며 살아왔는데, 말·양·염소·소·낙타를 '몽골의 5대 동물'이라고 한다.(자세히는 2024. 3. 13. 몽골의 개요 참조)

엘승타사르하이(Elsen Tasarhai)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중서부로 약 280㎞ 떨어진 곳으로서 ‘초원과 사막 사이의 지역’이다. 몽골 초원 지대의 끄트머리에 있어서 이곳을 ‘초원의 사막’이라고도 말하는데, 몽골의 가장 남쪽에 있는 고비사막(Gobi Desert)은 동서로 1629㎞나 되는 광활한 사막이지만, 엘승타사르하이는 동서로 5㎞, 남북으로 80㎞ 정도 모래언덕(沙丘)이 기다란 띠처럼 형성된 지역으로서 한국인들에게 ‘미니 고비사막(Semi Gobi Desert)’으로 잘 알려졌다. 고비(Gobi)란 ‘풀이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엘승타사르하이로 가는 길은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야트막한 산이 펼쳐지는데, 나무는 보이지 않는 온통 민둥산이다. 자동차가 달려도 도로 사정이 열악해서 좀처럼 시원함을 느낄 수 없고, 몽골인의 전통가옥인 게르와 소떼, 양떼만 간간이 보인다. 이런 황량한 들판에서 소나 양, 말이 하루 종일 풀을 뜯는다고 해도 항상 허기를 느끼게 될 것 같다.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한 지 4시간 반이 지나서야 도착한 엘승타사르하이는 시간 혹은 경제적 사정으로 멀리 고비사막까지 가지 못하는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모래언덕, 맨발 체험, 샌드보딩 그리고 낙타 트레킹을 즐긴다. 또 몇 시간씩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찾아가는 불편한 교통, 열악한 음식, 숙박시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대지에서 자유를 만끽하려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승마 체험을 했다면, 엘승타사르하이에서는 말 대신 낙타 트레킹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몽골의 5대 동물인 말, 양, 염소, 소, 낙타 중 다른 동물들은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초원에서 방목하거나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것을 숱하게 볼 수 있지만, 낙타는 사막까지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 없다. 흔히 낙타를 ‘사막의 배’라고 하는데, 낙타는 며칠 동안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낙타는 등에 육봉이 두 개인 쌍봉낙타와 하나인 단봉낙타로 나뉘는데 쌍봉낙타는 몽골의 고비사막, 이란, 아프칸, 파키스탄 중 중동지방에만 살고, 단봉 낙타는 이집트 등지에서 산다고 했다. 낙타의 육봉은 지방이 가득 들어있어서 먼 사막길을 여행할 때 물이 부족하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비상 음료수가 되기도 한다. 쌍봉낙타의 쌍봉 사이에 앉으면 말을 탔을 때보다 승차감이 훨씬 좋다.

사실 낙타 트레킹도 테를지 국립공원에서의 승마 체험처럼 낙타를 타고 30~40분 정도 줄을 지어서 한 바퀴 돌아 출발 지점인 숙소가 있는 게르(ger)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다. 또 말젖을 발효시켜서 우리의 막걸리처럼 만든 몽골의 전통주인 마유주(馬乳酒)도 맛볼 수 있다. 마유주는 가죽 자루에 담아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가죽 특유의 냄새로 거부감이 들 수 있고, 처음 마시는 사람은 설사하는 경우도 많다.
몽골에서는 말젖뿐만 아니라 야크(Yak)나 소젖, 엘승타사르하이 같은 사막에서는 낙타 젖으로도 술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런 가축의 젖으로 만든 술을 몽골어로 아이락이라고 한다. 몽골어 아이락은 ‘발효주’라는 의미이고, 알코올도수는 1도 남짓해서 술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음료 수준이다. 자유시간에는 사막의 비탈까지 올라가서 사진 촬영을 하거나 맨발 체험, 샌드보딩도 할 수 있지만, 나는 비료를 담았던 비닐포대로 비탈진 잔디밭에서 미끄럼질을 즐기던 세대도 아니어서 흥미는 없었다.

저녁은 몽골 전통의 허르헉(Xopxor)을 먹었다. 말, 양, 염소, 양고기 ‘찜’이라고도 번역되는 허르헉은 특별한 행사나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 내놓는 몽골의 전통음식으로서 스테인리스 같은 양철 우유 통에 양고기, 감자를 뜨겁게 달궈진 돌과 소금을 넣고 뚜껑을 닫은 뒤, 초원 위에서 통을 굴리면 달가워진 돌과 뒤섞이면서 고기가 익는 요리다. 허르헉은 몽골 여행객들은 겨의 필수적이라고 할 정도로 맛을 볼 수 있고, 울란바토르 레스토랑에서도 먹을 수 있다.

또 몽골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밤하늘의 찬란한 별빛과 은하수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현지에 가서도 구름이 잔뜩 끼거나 밤하늘이 밝은 보름께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 1970년대 우리네 시골 어디서든지 여름밤이면 하늘의 보석처럼 빛나는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떨어진 별똥별(流星)을 바라보며 한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지만, 산업화로 대기가 오염된 1980년대 이후에는 별똥별도 은하수도 볼 수 없다. 물론, 반딧불이도 오염되지 않은 깊은 산골에서만 간혹 볼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자연은 오염됐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신세대들은 이런 정취를 체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외국에 가서 꿈같은 체험을 해보려고 하지만, 몽골에서도 대기가 오염되지 않은 넓은 초원인 사막지대에서나 밤하늘의 별자리를 볼 수 있다. (자세히는 2024.3.24. 테를지국립공원 참조).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