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불명 빼빼로데이 밀려 의미 퇴색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자 가래떡 데이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대전지역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주요 번화가에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포장을 한 초콜릿류, 캔디류, 과자류 선물세트가 넘쳐난다.
11월 11일, 국적 불명의 ‘빼빼로 데이’를 맞아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한 유통업계의 상혼(商魂)이 극에 달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바로 그날이 ‘농업인의 날’이란 사실을 아는 지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 지정 공식 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은 한자로 11월(十一月) 11일(十一日)이 한자로 ‘土月 土日’로 흙[土]을 상징하고, 농업의 근간인 쌀농사 추수를 마쳐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시기인 점에 착안, 1996년 제정됐다.
흙이 세 번 겹치는 11월 11일 오전 11시에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은 ‘흙을 벗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사 철학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2006년부터는 농업인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쌀 소비를 확산시키고, 숫자 1과 닮은꼴인 전통식품 가래떡으로 끈끈한 사랑을 나누자는 의미에서 ‘가래떡 데이’로 이날을 보내고 있다.
외국산 농축산물의 범람 속에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농업인의 날’과 ‘가래떡 데이’ 외에도 11월 11일을 ‘두 다리(11)로 둘(11)이 함께 걷는 날’, 올바른 젓가락(11) 사용법을 전파하는 ‘젓가락 데이’로 삼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