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맛’이라 하면 무엇일까. 빵을 떠올린다. 칼국수를 생각한다. 두부두루치기를 머릿속에 그린다. 타 지역에서도 주눅들지 않을 법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대전의 음식을 떠올리면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짬뽕과 냉면, 소국밥 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지만 이처럼 보편적인 메뉴의 경우 전국 팔도에 내로라하는 맛집들이 즐비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지역에서도 새로운 맛을 연구하고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문수(35) 씨 이야기다.

◆남다른 요리 사랑
이 씨는 어릴 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부엌칼부터 체, 뒤집개, 프라이팬 등을 손에 쥐고 음식을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 나만의 요리를 하고 싶다는 꿈이 강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요리는 상상력이라고 했던가. 그러한 문장처럼 이 씨도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레시피를 더해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내려고 했다는 얘기다. 이에 이 씨는 대학교 전공은 물론 호텔에서도 1년 가량 요리를 배운 뒤 요식업계에 뛰어 들었다.

그렇게 이 씨가 한식과 양식 등 다양한 음식을 공부한 뒤 일사천리로 요식업을 창업한 지 어언 8년. 천안을 본점으로 현재는 대전에도 자신의 가게를 냈지만 엄연히 그는 대전토박이는 아니다. 26살부터 31살까지는 대전에 거주하다가 여러 굴곡을 겪은 뒤 먼저 천안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충청권을 기점으로 삼은 만큼 대전에도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천안에 한 곳, 대전에는 두 군데 정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퓨전 한식, 예를 들면 스테이크를 갈비 맛으로 조리해서 판매한다거나 파스타에 흑임자, 들깨 또는 고추장 등을 접목한 퓨전 파스타를 주력으로 삼고 있죠.”

◆주방부터 대학 강의실까지
이 씨의 실력과 유명세 덕분인지 많은 곳에서 러브콜이 오기도 했다. 요리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조리대회 수상 등 그의 탄탄한 경력 덕분에 셰프 이외에도 ‘교수’라는 타이틀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대전 내 대학 세 군데에서 요리 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요리 관련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다 여러 가지 대회에 참가한 경력도 있다 보니 대학교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죠.”

그렇게 이 씨가 강의실에 드나든 햇수는 3년이 다 돼 간다. 다만 강의실에 꾸준히 드나들면서 관찰한 대학생, 즉 청년들은 그의 시각에서 아쉽기도 하단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정신적인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것. 예를 들어 한 번은 학생 부모와 출결 문제로 직접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학생에게 직접 설명을 하는 등 곤란한 경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칼과 불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날카로운 시선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씨는 한편으로 청년과 자신의 제자들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한마디를 건네기도 한다.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이 워라밸을 지킬 수 없는 삶, 오늘날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스무 살이 되고 공식적으로 성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일을 해내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고등학생 때까지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대학에 온 순간부터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래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한숨 고르고 일어서
미디어매체들은 한결같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두고 연일 한계상황, 폐업고민 등의 고충이 담긴 이야기를 내보낸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전반적으로 줄어있다 보니 외적으로 티가 안 나는 것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 이 씨의 생각이다. 의식주의 ‘의’나 ‘주’ 대신 ‘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요식업계 종사자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씨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그가 퓨전 요리를 처음 시작했던 것처럼 말이다.

“일단은 요식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맞춰서 하고 있는 요리를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조금씩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니즈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내 다른 색깔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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