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재단 파산선고 여파
대전예지중고 문닫을 위기
만학도들 “학습권 침해”

▲ 지난 26일 찾은 대전예지중학교 복도에 학생들의 그림이 걸려있다.

다니던 학교가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남은 사람들의 허무함은 감히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지금 예지중·고등학교의 처지가 그렇다. 1993년 학력인정시설로 문을 열어 배움의 시기를 놓친 청소년과 만학도들의 배움터였던 예지중·고는 지금 폐교 위기다. 지난 26일 예지중·고에서 만난 이들의 하소연은 그래서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개교 26년 만에 최대 위기다. 2019년 학교를 운영하는 예지재단으로부터 파면된 교사 12명에 대해 법원이 최종 부당해고 판정을 내리면서 복직 처리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예지재단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해직교사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과 이행 강제금이 늘어났다. 결국 예지재단은 최근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할 수 있다는 소식은 이미 모두가 알지만 입 밖으로 먼저 꺼내지 않는 마음 속 비밀이다. 급식시간 찾은 예지중·고의 분위기는 침체됐을 것이라는 걱정과 달리 활기찼던 이유다. 그러나 속으로는 다들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함께 모여 밥을 먹던 만학도 한 명이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쉬워”라고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 먹먹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으니 요즘 예지중·고는 흐르는 공기마저 안절부절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지금 재학 중인 학생들이 졸업하는 2026년 2월까지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파산관재인과 협의할 계획이다. 남은 시간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예지중·고는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 평균 연령 70세. 먼 길 돌아 배움을 시작했건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요즘 학교에서의 주요 대화소재는 예지중·고의 미래가 됐다. A(68·여) 씨는 “올해 신입생으로 입학했는데 정 붙인 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배움을 이어가고 싶다”며 “다니는 학생도 많은데 고령의 나이에 먼 학교까지 통학하는 건 어렵고 이는 일종의 학습권 침해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시험 기간이었지만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고 울상이다. B(60·여) “학교가 없어지면 만학도들은 어떻게 될지, 이 많은 학생을 다른 학교에서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며 “학교를 살리기 위해 모금활동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보려한다”고 절박하게 말했다.

교사들도 교사들대로 걱정이 한 가득이다. 예지중·고에 근무하는 교원들은 교육공무원법 적용을 받지 않아 학교가 사라지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교사들 역시 폐교보다는 새로운 법인이 운영하는 방안이 최선의 방책이라 믿는다. 교사 C 씨는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한데 강제적인 전학보다는 시교육청이 적극 나서 새 법인 구성 등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묘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난 26일 찾은 대전예지중학교 복도.
지난 26일 찾은 대전예지중학교 복도.

글·사진=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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