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 하늘에서 본 마나가하섬

사이판섬의 북서쪽 해안인 마이크로 비치에서 약 2.5㎞ 떨어진 마나가하섬(Managaha)은 사이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필수 코스다. 마나가하란 원주민어로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섬은 폭 약 9㎞, 길이 19㎞로서 면적은 115.4㎢이다. 섬 둘레도 약 1.5㎞ 정도여서 도보로 걷는다 해도 약 20분이면 섬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마나가하섬은 2차 대전 당시 일본 해군기지와 군함이 기항하는 요새여서 ‘군함도(軍艦島)’라고도 불렀는데, 사이판섬을 비롯한 북 마리아나 섬들이 모두 화산섬으로서 물속에는 수많은 산호초로 접안이 곤란하여 일본 쪽과 가까운 마나가하섬을 군항으로 삼았던 것 같다. 현재 마나가하는 무인도로서 섬 전체가 미국 국립사적지의 '역사 지구'로 등록되어 있는데, 마나가하 관광은 해수욕이 대부분이다.

마나가하 비치
마나가하 비치

마나가하섬을 관광하려면 사이판의 번화가인 가라판에 있는 피에스타 리조트(Piesta Resort)에 있는 타시 투어 여행사(Tasi Tour)를 이용하는데, 일본계 회사인 타시 투어는 마나가하섬을 통째로 장기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페리 왕복 요금을 포함해서 1인당 50달러이다. 물론 여행객이 묵고 있는 호텔 프런트에서 마나가하섬 관광을 예약해도 좋다. 매일 아침 셔틀버스가 호텔을 순회하면서 마나가하섬으로 가는 승객을 선착장까지 태워주고, 섬에서 돌아올 때도 호텔까지 내려준다. 사이판에서 마나가하로 가는 데는 관광 요금 50달러 이외에 별도로 부두세 3달러와 마나가하섬 환경세로 10달러를 내야 한다, 마나가하섬은 매우 작은 섬이어서 해수욕의 혼잡을 피하려고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고. 그나마 하루 입장객도 제한하고 있다.

마나가하섬
마나가하섬

그런데, 페리는 국내 연안 여객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깨끗했고, 땡볕이 내리쬐는 8월인데도 선원들의 명랑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페리를 타고 15분 남짓 가면 마나가하섬인데, 선착장에서 내린 뒤 섬을 가로질러 사이판과 반대쪽으로 가면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부근에 매점과 탈의실 등이 있으며, 그 앞에는 마나가하섬을 알리는 조형물 표지석과 성조기, 북 마리아나 연방의 깃발이 세워져 있다. 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잘 가꾼 일본인의 개인 별장처럼 깔끔했다.

마나가 조형문
마나가 조형문

마나가하섬 해수욕장을 국내 해운대나 만리포, 대천해수욕장 등의 모래사장과 비교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산호초의 날카로운 바위틈에 발을 다칠 염려가 있어서 샌들이나 가벼운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우리는 출국 전에 미리 샌들, 수영복과 물안경 등을 준비해 갔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물론 일본인들까지 이런 소소한 물품 이외에 산소통이며 오리발 같은 중장비(?)로 무장하고 와서 은근히 놀랐다. 근래에는 휴게소 옆의 장비 대여점에서 파라솔, 오리발,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하기도 한다.

해수욕장 길
해수욕장 길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섬에서 바다 위로 드러낸 육지는 빙산의 일부이고, 많은 부분이 얕은 물 속에 잠겨있는데, 얕은 산호초 주변에 작은 물고기들이 커다란 물고기들을 피해서 모여 살고 있다. 해수욕객은 무릎도 채 잠기지 않는 얕은 깨끗한 물속에서 수족관에서나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실컷 볼 수 있다. 더러는 참치 통조림 캔을 사거나 빵조각을 조금 떼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몰려드는 열대어 사진을 찍기도 한다. 국내 해수욕장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방수 카메라가 이곳에서는 일회용 카메라처럼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물론 이런 열대어를 잡아서 비닐봉지에 담아오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태평양전쟁 일본군 대포
태평양전쟁 일본군 대포

사이판 주변의 바다는 깨끗하고 투명하다. 푸르다 못해 에메랄드빛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지만, 해수욕은 적도 부근의 뜨거운 태양열에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아무리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도 화상을 입을 염려가 많다. 잠깐씩 물에서 나와 비치파라솔이나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해수욕장 부근의 레스토랑에서 도시락, 라면 등 패스트푸드와 음료수를 팔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대부분 사이판에서 도시락, 음료수 등을 준비해 가는 사람이 많다.

산호초 바다
산호초 바다

종래는 해수욕 이외에 스노클링. 바나나 보트 등을 운영하더니, 근래에는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그렇지만, 태국 파타야의 바닷가 산호섬만큼 다양한 놀이시설은 아니다. 다만, 베트남의 할롱 베이나 태국의 파타야 등에서의 패러세일링은 대부분 해변이나 바다 위에 설치한 데크에서 잠깐 비상하는 정도이지만, 마나가하에서는 해수욕객들과의 혼잡을 피하려고 작은 요트를 타고 멀리 나가서 비상하기 때문에 훨씬 더 실감이 나고, 또 섬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패러세일링
패러세일링
패러세일링
패러세일링

마나가하섬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사이판섬으로 돌아온 뒤에는 호텔의 샤워실보다 호텔수영장에서 잠시나마 몸을 담그는 것이 염분을 씻어내는 데 훨씬 좋다. 마나가하섬에서는 깨끗한 바다와 산호초, 아름다운 열대어를 보고 즐기느라 미처 느끼지 못했던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와 중노동을 한 사람처럼 녹초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겨우 한나절 동안의 해수욕이었는데도 피부는 온통 흑인처럼 그을렸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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