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부산 등 불법 홀덤펍 업주 등 무더기 적발
대학가 등에서 운영, 청년층 접근성 용이
정부, 관광진흥법 개정하고 신고포상 강화했으나
일반음식점 신고면 영업 가능, 규제 강화 필요

▲ 홀덤펍 압수수색하는 경찰. 부산경찰청 제공

최근 경찰의 집중 단속에 홀덤펍 불법 운영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홀덤펍의 실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합법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홀덤펍은 유흥가는 물론 대학가와 골목 상권에도 뿌리를 내리는 추세인데 현금 환전 등 불법성을 띠는 사례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심심풀이로 발을 들인 평범한 대학생과 직장인에게 불법 도박의 마수를 뻗치기도 하는 홀덤펍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어 제도 개선과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불법 홀덤펍 무더기 적발

최근 대전에서 홀덤펍 상호를 내걸고 불법 환전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청 형사기동대는 홀덤펍 10곳의 업주와 종업원 등 관계자 87명을 도박장소개설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30대 업주 A 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 해당 도박장에서 도박한 221명은 도박 혐의로 모두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오픈채팅방, SNS 등을 통해 도박 참가자를 모집한 뒤 게임 후 획득한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 주거나 승자에게 상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 참가자 대부분은 대학생과 직장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에서는 불법 홀덤펍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하면서 479억 원 상당의 부정 수익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범죄집단조직,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총책 B 씨와 업주 등 7명을 구속하고 운영진 118명, 도박참가자 59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3년간 부산, 경남, 제주 등에 총 15개 프랜차이즈 홀덤펍을 개설해 총 1000억 원 상당의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법인을 설립해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환전과 운영방식에 대해 비밀 유지 계약서를 쓰게 한 뒤 매달 가맹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홀덤펍이 뭐길래

홀덤펍은 딜러와 함께하는 카드 게임의 일종인 홀덤(Holdem)과 펍(Pub)의 합성어로, 주로 오프라인에서 텍사스홀덤을 술과 함께 즐기는 공간을 의미한다. 만 원에서 10만 원 이상의 입장료를 내면 이용자에게 게임 장소와 칩을 제공하며 이 칩으로 이용자는 게임에 참가할 수 있다. 받은 칩을 모두 소모하면 입장료를 내고 충전할 수 있는데, 횟수에는 제한이 있다. 얼핏 보면 사행성을 띠는 듯하지만, 국내에서 홀덤펍 운영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불법이 되려면 게임을 통해 얻은 칩을 현금으로 환전하거나 고가의 경품 및 상금을 거는 등 단순 오락을 넘어 변칙영업을 해야 한다. 변칙영업 시 형법상 도박장소개설죄, 관광진흥법 위반 처벌 대상이 된다.

이렇듯 홀덤펍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 놓인 배경에는 국제적 흐름 영향이 크다.

텍사스홀덤은 2028년 LA올림픽 시범종목으로 고려될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체스, 바둑 등과 같이 지성을 겨루는 ‘마인드스포츠’ 형태로 자리 잡은 탓인데 이에 높은 상금을 내건 국제대회도 적잖게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반된 시각이 공존한다. 운보다 고도의 심리전, 수싸움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 게임 문화라는 시각과 중독성 강한 도박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그것이다. 특히 최근 불법 홀덤펍 운영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부정적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도박에 중독된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30세대 도박 중독 환자 수는 2018년 836명에서 지난해 1957명으로 5년간 배 이상 늘었다. SNS 등의 발달로 불법도박에 대한 청년층 접근이 쉬워진 탓으로 풀이된다.

◆불법 변질을 최소화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는 홀덤펍 내 불법도박 감시와 단속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카지노업 유사행위를 정의하고 해당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관광진흥법을 지난 2월 개정했다. 당초 홀덤펍 내 불법 도박행위는 형법상 도박죄, 도박장소개설죄로만 처벌할 수 있었다. 도박장소개설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관광진흥법 위반 적용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법 개정으로 홀덤펍 내 불법도박 등 카지노업 유사행위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감시 대상에 포함됐으며 신고포상금도 최대 5000만 원으로 상향됐다.

홀덤펍 내 불법도박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처벌 강화와 신고포상금 상향리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 홀덤펍 영업을 위한 신고절차가 쉬워서다. 주류를 판매하는 홀덤펍 특성상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다.

대전에도 적잖은 홀덤펍이 영업 중이다.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관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영업 중인 홀덤펍은 동구 3곳, 중구 5곳, 서구 15곳, 유성구 11곳, 대덕구 4곳 등 38곳이다. 영업 신고 이후에는 외관상 불법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다. 현금환전을 스마트폰 앱으로 하는 사례가 적잖게 나오고 있어서다. 홀덤펍 영업 허가 규제와 더불어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진권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식품위생법상 시행령, 시행규칙에 홀덤펍에서 이뤄지는 사행행위에 대한 금지사항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변칙영업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식품위생법 관련 주무부처는 시·군·구다. 경찰 단속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행정지도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 홀덤펍 업주를 주기적으로 소집해 위반 사례, 처벌 사례 등을 교육하며 변칙영업을 방지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경찰 단속 홍보를 통한 시민 경각심 제고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 교수는 “지자체의 적극 행정지도에도 아랑곳없이 악질적으로 변칙영업을 하는 홀덤펍은 경찰이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또 이 단속 사례를 언론에 지속적으로 홍보해 홀덤펍 내 불법도박장 개설, 도박행위 참가 등이 단순 오락과 차원이 다른 불법이라는 점을 시민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불법 도박행위가 이뤄진 홀덤펍 단속 현장. 대전경찰청 제공
불법 도박행위가 이뤄진 홀덤펍 단속 현장. 대전경찰청 제공
환전에 이용된 칩. 대전경찰청 제공
환전에 이용된 칩. 대전경찰청 제공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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