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여·야·정이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국민의힘에 재차 요구했지만 당분간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행정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입법권력이 이를 대체해야 하는데 국정운영 주도권을 놓고 여야의 셈법이 달라서다. 이 대표는 최대한 자세를 낮춰 향후 대권이 아닌 ‘혼란 수습에 진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여당’이라는 허울만 있을 뿐 어차피 국회 주도권이 야당에 있어 이 대표의 제안에 응하는 것은 일단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모양새라는 점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안정협의체는 대통령 권한대행도 동의하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으니 국민의힘도 꼭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름, 형식, 내용, 어떤 것이어도 상관 없다”고 했다. 이어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이런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러우면 경제 분야에 한정해서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 구성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내부 사정이 어려운 건 이해한다. 정치적으로 입장이 곤란한 것도 이해하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 정치의 존재 이유가 결국은 국가의 안정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이 아니겠나”라며 “계산을 조금 뒤로 물리시고 국정안전협의체든 경제 문제에 한정된 협의체든 신속하게 결단하고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가 여당을 향해 협의체를 띄우려는 것은 국정 혼란을 수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인데 기저엔 야당이 국정운영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다시 잡은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난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집권여당은 여전히 우리(국민의힘)”라며 호기를 부리곤 있지만 비상계엄사태에서 촉발된 민심이반 앞에서 뾰족한 ‘신의 한수’를 찾기 어려운 형국에 몰려 있는데 일단 탄핵심판 결과 발표 전까진 버티는 수순을 밟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여당이 된 양 착각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내각이 흔들림 없이 국정을 관리해달라. 당이 수습되는 즉시 고위당정협의와 실무당정협의가 재개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정운영의 주도권은 여전히 여당에 있고 여전히 여당은 국민의힘이라는 거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과 차례로 만나 차질없는 국정운영을 당부하기도 했다.

국정운영 주도권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수싸움에 들어간 만큼 이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이 모두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사실상 퇴출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이는 국힘이 여전히 여당의 지위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한덕수 권한대행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여야, 정부가 협조해 조속히 국정 안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가능성을 남겼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