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다. 전국적으로 지역주민이 직접 광역단체장과 기초지자체장, 광역·기초의원을 동시에 선출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가 1995년이니 우리나라 본격 지방자치제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이 된다. 사람 나이로 치면 이립(而立),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지만 지방자치제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그간 8차례에 걸친 선거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역사도 차곡차곡 쌓이면서 기초체력이 형성됐지만 법·제도적 뒷받침이 미약한 탓에 여전히 자립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방자치제가 온전한 반석 위에 놓이려면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등을 통한 지자체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나라 지자체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법·제도 탓에 ‘지방정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 원장을 만나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발전 과제에 대해 의견을 들어본다.

◆지방자치제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2할 자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2022년 1월 13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시행 등 많은 제도적인 개선노력과 지난 30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은 여전히 강하고, 재정 자립도가 낮아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정책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지역 불균형 발전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며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어 보다 강력한 지방분권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방자치제가 법·제도적으로 뿌리를 내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자체의 역할을 지방정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데
“법과 제도의 개선과 반드시 같이 가야 하는 것이 재정분권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보니 지방재정은 점점 약화되고 경직성 예산 증가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은 떨어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자체 사무비중은 적고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는 과다해 지방공직자들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있어 보충성에 의한 사무재분배와 그에 합당한 재정분권이 필요하다.”

◆그 방법론으로 가장 먼저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반드시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헌법에 지방자치와 관련되는 법조항은 117조와 118조가 전부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1장 총강 제1조에 3항을 신설해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명기하고 관련 법조항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정당 도입 주장도 활발하게 표출되고 있는데
“중앙당이 주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의 실질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지역정당이라고 할 때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동네 교차로에서 매일 마주하는 전국 동일의 정당현수막을 보면 그 필요성에 공감하리라 본다. 지역정당제 도입은 지역의 자치권을 강화하고 정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준다. 지방분권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이 정치권 키워드로 자리잡았는데 현 정부의 지방시대전략에 대해 평가한다면
“윤석열정부는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비전으로 내걸고 지방소멸 위기 대응과 균형발전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질적 성과와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지방 주도의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 일자리 창출, 생활 인프라 개선, 재정 격차 해소 등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자치는 시대적 조류이지만 지방권력을 강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는데
“30년전부터 해오던 중앙의 궤변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중 80%가 위임사무이다. 지방공무원이 잘 수행하고 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권한은 없고 책임만 져야하는 구조가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이다. 보충성원칙에 입각한 사무배분과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자치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작금의 중앙정치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정국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행정체제 개편 역시 주요 이슈 중 하나인데 어떤 생각인가
“행정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구조 전환, 교통과 통신의 발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양극화 등.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고민할 때, 수도권 집중현상 완화에 기여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으며, 모든 주민의 삶의 질 보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권역별 성장거점 육성·강화를 통한 다극체제형성(예, 충청권 행정통합), 자치단체 통합·연계를 통한 경쟁력확보(예, 기초통합, 메가시티), 자치단체 계층·기능 고도화를 통한 행정효율성 제고(기능조정, 자치계층)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지방자치제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우리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고,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고 수도권일극체제를 탈피하기 위한 행정체제개편이 중요하다. 여기에 보충성의 원칙에 입각한 사무재배분과 재정분권강화, 주민들의 적극적인 행정참여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배제해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민본자치를 구현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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