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무/충남본부장
인간은 착각의 동물이다. 평생 착각을 하면서 살고, 긍정적인 착각과 부정적인 착각 등 종류조차 다양하다. 때로는 착각을 통해 희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착각을 하게 되는 착각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놀음판에 끼어든 도박꾼들 어느 누구도 내가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길 것이라는 착각을 품었기에 도저히 승산 없는 사기도박에도 기꺼이 돈과 시간을 던지게 된다. 좌절의 아픈 경험이 거듭되고 모든 것을 잃어도 유혹하는 화려한 불빛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또다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그래서 거듭 경험하는 착각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서 삶은 천양지차(天壤之差)의 결과와 함께 하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긍정적 착각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할 수 있다는, 될 수 있다는, 그럴 것이라는 긍정적인 착각은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 밝은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 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착각은 반대로 비참한 결과로 다가오기도 한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서 착각을 원망할 수밖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돈을 조금밖에 벌지 못하거나 승진에서 누락되는 결과를 가져다 준 착각이라면 다음이라는 기회를 가져볼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은 다시라는 것이 없다.
최근 발표된 ‘유엔인구기금(UNFPA) 2012 세계인구현황보고’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은 84세, 남성은 77.3세로 나타났다. 의료 기술의 발전과 국가 보건정책, 건강에 대한 인식 전환 등으로 점점 수명이 연장되고 있어 곧 백수(白壽)시대가 다가올 전망이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된다고 해서 모두에게 그 기회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요즘 80세는 기본’이라고 하니 ‘나도 그럴 것’이라는 착각 속에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다. 그러나 모두가 평균 수명까지 살 수는 없다. 더욱이 평균수명의 삶조차도 누군가는 반드시 선택에서 제외되므로 결국 평균수명이라는 것도 나와는 무관한 숫자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인간은 평생의 10분의 1이라는 세월을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 더욱이 어림잡아 10명 중 1명은 60세도 넘기지 못한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평균 수명조차도 잡을 수 없는 무지개 같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런데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착각 속에 빠져 착각인지조차 모른 채 평균수명이라는 숫자에만 집착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당장 내일 어느 장례식장 영정 사진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음에도 무섭게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라. 적절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 수없이 소개되고, 강조되는 건강수칙이지만 ‘평균수명은 나의 것’이라는 야무진 착각 때문인지 건강관리에는 도무지 무관심하다. 들여다보면 이건 건강을 해치려고 작심한 사람의 행동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나는 아닐 것이라고, 나는 예외일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예외는 없다’는 생각이 빨리 착각을 대신해야만 그릇된 자세를 수정할 수 있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세월에 기댄 채 평균수명을 넘보는 것은 아주 미련한 착각일 뿐이다. 투자 없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듯, 아무런 노력 없이 건강이 담보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시간이 나를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장 영정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면 하루빨리 착각의 틀을 깨고, 뛰쳐나와야 한다. 착각에서 깨어나야만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건강을 위한 실천이 가능하다.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뼈저린 후회와, 어쩌면 후회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돌연 이 세상과 하직하는 비참한 결말을 좀더 빨리 확인하게 될 뿐이다.
착각 속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고한다. ‘제발 착각하지 마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