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던 교사 “수업 못 들어가게 해 짜증나”
돌봄교실 마지막 학생 책으로 유인 후 살해 추정
흉기, 범행 당일 오후 2㎞ 인근 마트서 구매해

▲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이 11일 서부서 대회의실에서 대전 초등생 피습 사망사건에 대한 기자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같은 학교 1학년 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가해교사 A(48) 씨의 신상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은 11일 서내에서 대전 초등생 피습 사망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향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 절차에 따라 합당하다는 결정이 나오면 A 씨의 신상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10일 오후 5시 15분경 하늘 양 어머니로부터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접수 4분 만에 코드1 출동 지령을 내렸고 구봉지구대 등이 23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가족, 학교 관계자와 학교 내외부와 병설유치원, 인근 아파트 등을 16차례 위치추적 조회를 토대로 수색했다. 수색 중 하늘 양 친할머니가 학교 2층 시청각실 내 창고에 A 씨가 있는 것을 발견, 하늘 양 아버지 B 씨에게 전화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 등이 잠긴 시청각실 문을 강제 개방 후 누워있는 하늘 양을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6시 35분경 안타깝게 숨졌다. 범행시각은 오후 4시 30분~5시 사이로 추정된다.

육 서장은 A 씨가 병원 이송 전 진술한 내용도 공개했다. A 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휴직 중에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복직 3일 후 짜증이 났다. 교감이 수업에 못 들어가게 했다. 학교 근처 마트에서 칼을 구입했다. 3층 교무실에 있기 싫어서 잠겨있는 시청각실을 열고 들어갔다. 시청각실 바로 앞에 있는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시청각실로 들어오게 해 목을 조르고 칼로 찔렀다’고 진술했다고 육 서장은 전했다.

조사 결과 흉기는 A 씨가 차를 끌고 학교 2㎞ 인근 마트에서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A 씨는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체포영장,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로 거주지 압수수색을 통해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B 씨는 A 씨의 범행이 계획된 범죄라 단언했다. B 씨는 “하늘이와 연락이 끊긴 4시 50분경부터 위치추적 앱으로 실시간 상황을 청취했는데 서랍 여닫는 소리와 나이 있는 여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서랍에 흉기를 숨겼다고 확신한다. 학교에서 식칼을 어디서 구하느냐. 100% 계획범죄다. 심신미약으로 A 씨가 형량을 조금 받을까 가장 두렵다”며 우려했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이 11일 서부서 대회의실에서 대전 초등생 피습 사망사건에 대한 기자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이 11일 서부서 대회의실에서 대전 초등생 피습 사망사건에 대한 기자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글·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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