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기관 성과=개인성과로 여겨
공무원 70%가 비판에 더 민감
의사결정 자율성 부족에 이중고
절반만 “현직 다시 선택하겠다”
민간부문보다 직업만족도 낮아

▲ 사진=연합뉴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 10명 중 7명이 소속 기관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가 보도될 경우 창피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간기관 종사자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공무원들이 외부의 평가를 개인의 자존감과 연결짓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 같은 현상은 공무원 직업의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공무원은 공공의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며 그들의 업무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이다.

◆칭찬보다 비판에 민감

13일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공·사조직 구성원 인식 비교 조사 보고서를 보면 국가 공무원 500명과 지방직 공무원 500명 등 1000명의 공무원과 1000명의 민간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원 68.4%가 ‘기관을 비판하는 뉴스가 나오면 내가 창피하게 느껴진다’라고 응답했다. 민간 기업 종사자(58.6%)보다 약 10%포인트 높은 수치인데 공무원이 외부의 평가를 개인의 자존감과 깊이 연결짓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공무원들이 공공의 신뢰를 중시하며 그들의 직업적 정체성이 소속 기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달리 ‘사람이 우리 기관을 칭찬하는 것을 들으면 내가 칭찬받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률은 공무원 51%, 민간 종사자 58.3%로 조사됐다. 공무원이 칭찬을 받을 때 느끼는 자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인데 비판에 대한 민감함은 크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에 대한 반응은 다소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와 함께 ‘우리 기관이 잘되는 것이 내가 잘되는 길이다’라는 데 대해선 공무원 48.2%, 민간 종사자 66.1%가 동의했다. 공무원이 소속 기관의 발전을 개인의 성공과 연결짓는 데 있어 민간 종사자들보다 덜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직업적 가치와 소속 기관의 성과를 동일시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고민과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공공보다 높은 민간의 자율성

의사 결정 측면에서 민간 부문이 공공 부문에 비해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내가 맡은 직무는 내 의사결정에 있어 상당한 자율성을 제공한다’라고 느낀 민간 종사자는 54.3%로 공무원(38.6%)보다 15.7%포인트 높았다. 민간 부문에서의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또 ‘직무를 수행하면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판단할 기회가 있다’라고 응답한 민간 종사자는 60.2%로 공무원 50.5%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민간 부문에서 개인의 판단과 결정이 더 많이 존중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우리 기관의 조직 목표는 담당업무 수행을 위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라는 응답은 공무원의 경우 32%에 불과했지만 민간 종사자는 과반이 이에 동의했다. 공공 부문에서 목표 설정이 복잡하고 모호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자칫 공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1년간 우리 기관의 목표 달성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 대해 공무원은 35.5%, 민간 종사자는 49.6%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민간 부문이 목표 달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더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직장 일로 개인적인 삶을 즐기기가 어렵고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라는 응답은 공무원들이 절반 이상(50% 초과)이 동의했지만 민간 종사자는 41.3%에 그쳐 공무원이 직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직장 일이 많아져 가족적 책임(육아·가사 활동 등)을 다하기 어렵다’란 질문에 공무원(45.6%)이 민간 종사자(30.7%)보다 더 많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무원이 직무와 개인 생활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 부문에서의 업무 부담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 부각시킨다.

◆공무원 절반만 “현직 다시 선택”

직업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현재와 같은 영역, 즉 공공 또는 민간 부문을 택하겠다고 응답한 공무원은 50.7%에 불과했으나 민간 종사자는 71.1%로 나타났다. 공무원이 민간 부문에 비해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 공무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자율성 부족이 이들의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행정연구소의 진단이다. 이와 맞물려 정년 연장에 찬성하는 비율은 공무원 54.5%, 민간 종사자 58.6%로 두 집단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민간 종사자들 또한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공공 부문은 외부의 비판이나 평가를 개인의 자존감과 직결시키는 경향이 짙고 민간 부문은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인식하는 특징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조직이 구성원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권한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장기 근속자들을 위한 보상체계와 경력개발 기회를 확대하고 재택근무와 유연 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 공공 부문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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