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존에 폴리스라인만 처져, 20m 앞에 교실
전문의 “피하기만 해선 안 돼, 일상 복귀 도와야”
교육청 “전문상담교사 등 상주해 심층 심리 지원”

<속보>=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1학년 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재학생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장이 보존된 상황에서 사건 발생 7일 만에 등교가 재개되는 일정이어서다. <본보 13일자 1면 등 보도>
13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A 초등학교는 지난 11일부터 긴급 휴교령을 내려 애도기간에 들어갔다. 저학년은 17일부터, 고학년은 18일부터 등교를 재개한다. 사건 발생 7일 만에 등교가 시작되는 셈이라 재학생 정신건강과 심리적 불안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현재 사건 현장은 그대로 보존된 상태이며 문 앞에 폴리스라인이 쳐 있다. 20m 앞에는 2학년 교실이 있다.
인근을 지나는 초등학생 대화만 엿봐도 기우가 아닌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오후 1시경 A 초등학교를 지나던 두 초등학생은 “학교에 택배가 오면 흉기일지 아닐지 어떻게 알아”라고 말했다. 보호자들도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A 초등학교 3학년 손녀를 둔 B 씨는 “사건 소식을 접하고 황당했다. 이제는 매일 등하교 때 데리고 다니려고 한다”라고 했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우려에 전문의는 무조건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며 자극적인 요소는 피하되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건 현장에 직접 들어가는 등 자극적인 상황은 피해야 하지만 인근을 지나거나 하는 일 등은 피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일상생활에 적응하고 복귀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저학년은 죽음과 관련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울 수 있고 고학년은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증폭될 수 있다. 심하면 아이들이어도 공황발작이 올 수 있으니 상담 교사가 주시하고 병원 진료 등은 부모에 권유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례식장을 가거나 교실 내 추모 공간을 두는 일도 아이들에게 자극적일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또 최근 언론 보도가 특정 연예인과 연결 짓는 부분이 심한데 아이들이 잘못된 개념을 가질 위험이 크므로 그래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재학생 심리 지원으로 전문상담교사 20명 등을 교내 상주시키고 중증·고위험군은 심층 면담과 심리 지원을 연계할 계획이다. 또 보존된 현장 앞은 학교와 협의를 통해 조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건양대병원 교수가 14일 A 초등학교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연수할 예정이다. 전교생에게는 17일부터 위기 스크리닝 검사를 실시, 심리안정화 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시 동서부교육지원청 위(Wee)센터 전문상담교사 20명과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심리안정화팀 14명이 지원된다. 심리검사결과 중증도 이상은 심층면담을 진행하고 고위험군은 전문치료지원기관 12곳과 학생 정신건강거점센터에 연계해 지원할 계획이다. 보존된 현장 바로 앞에 교실이 있는 만큼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게 학교와 협의해 조치 방안을 마련해보겠다”라고 말했다.
A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이날부터 21일까지 약 1㎞ 떨어진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다. 학부모 동행 또는 교육청 통학버스를 이용해 이동한다.






글·사진=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