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강도 하향·고령 친화적 근로환경 도입
공공근로 이상의 다양한 정규 일자리 창출
노인 빈곤, 연금 수급 안정성 강화로 해결
“장기적 관점서 세대 경쟁 아닌 세대 물림”

노인 연령 기준 상향으로 촉발될 사회적 부작용을 완충하기 위한 여러 해법이 제시된다. 복지 공백으로 악화할 노인빈곤율 해결을 위해선 연금 수급 안정성 강화가, 계속고용 활성화에 따른 산재 발생 예방을 위해선 고령 친화적 근무환경 조성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고령취업자 근무환경과 산업재해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층 노동시장 평균 참여율은 35.3%다. 이는 일본, 미국, 유럽보다 높은 편으로, 유럽의 고령층 노동시장 참여율 4.8%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가뜩이나 높은 한국의 고령층 노동시장 참여율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의 강한 계속 근로의사와 정부의 노인 연령 조정 논의 공식화, 계속고용 활성화 계획 때문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요와 다르게 지원책은 고령 취업자 지원 및 계속고용 지원 프로그램에 멈춰 있다. 현재로선 근로환경 개선 지원책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라 고령 친화적 근로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이들에겐 노동조합 등 집단적인 목소리를 통한 근로환경 개선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박종식·박관성 연구원은 고령화 대응의 가장 바탕이 되는 원칙으로 작업요구도가 하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 정책과제로는 고령친화적 작업환경 개선, 고위험사업장 선제 관리, 표준작업환경 및 작업지침 보급 시 65세 미만과 70세 미만 구분 제작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령 취업자 대상 정기 실태조사, 노동능력평가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고령자라 하더라도 저마다 신체능력 등 차이가 날 수 있고 이에 따라 업무범위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고령친화적 사업장 인증, 산업안전보건법상 고령취업자 안전보건 배려 규정 신설도 제안했다. 모두 고령 취업자의 산재·사망만인율 감소를 목적으로 한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아닌 기존의 업무와 연관된 분야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거다.
김소진 중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노인일자리는 대부분 공공근로 형태다.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존에 하던 일과 동떨어져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이들이 있다. 본인의 능력을 보람있게 쓰고 싶어 하는 거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정부가 창출해야 한다. 다만 대부분 전성기 때의 신체능력을 생각하며 업무량을 유지하려는 측면이 있어서 노동능력평가제도를 통해 개인 역량에 맞는 적절한 업무 범위 재설정하도록 돕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취약계층은 역량 강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나라의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법정 노인 연령 상향으로 악화할 노인빈곤율은 연금 수급 안정성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5일 발표한 ‘유럽 8개국과 한국의 노후소득보장 적절성과 노인 빈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8개국의 노령 및 유족 관련 급여 비율은 50~80%대, 한국은 20~30%대에 불과하다. 한국의 최저소득보장 제도라 할 수 있는 기초연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비교 대상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다. 허약한 연금보장성은 높은 수준의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노인이 빈곤한 이유는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못 해서다. 국민연금 소득과 기간을 늘려서 나중에 기초연금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여건을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 당장은 낮은 국민연금을 받는 고령층이 많으니 기초연금을 올려 노인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단순히 복지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하고 시스템 전체를 개편해야 한다. 상향 또한 시급히 올릴 게 아니라 3~5년에 1살씩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최근 정년연장 등으로 고령층 일자리를 늘리면 젊은층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의견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보면 세대 경쟁이 아닌 세대 물림이 된다. 인구가 감소하면 결국 일자리를 두고 싸울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끝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