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연구팀, 괴롭힘 자체만으로 자살 위험 큰 연관성 규명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의 자살 위험이 높아지고 특히 우울증이 없는 근로자에게서도 직장 내 괴롭힘과 자살이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 중심의 장시간 근로문화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높은 근로자 자살률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으나 근절과는 거리가 먼 실정에서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김은수 교수 연구팀은 2020∼2022년 이 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를 통해 검진받은 19∼65세 직장인 1만 2541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자살 생각 및 시도에 미치는 연관성을 비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국내 연구는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특정 직업군이 아닌 전 직종을 대상으로 자살 경향성을 대규모로 살핀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자가 보고 설문지를 통해 괴롭힘 없음, 가끔(월 1회 이하) 괴롭힘 경험, 빈번한(주 1회 이상 혹은 매일) 괴롭힘 경험으로 분류·평가했으며 자살률은 한국국민건강영양조사 설문지를 이용해 조사했다. 그 결과 ‘괴롭힘 없음’ 군과 비교해 ‘가끔 괴롭힘 경험’ 군에서는 자살 사고가 1.47배, 자살 시도가 2.27배 높아졌으며 ‘빈번한 괴롭힘 경험’ 군에서는 자살 사고가 1.81배, 자살 시도가 4.4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충동은 우울증 유무와 상관없이 유의미하게 나타나 직장 내 괴롭힘 자체만으로도 자살 위험에 큰 연관성이 있음을 알렸다.
조사에 참여자 중 남성은 7889명(62.9%), 여성은 4652명(37.1%)으로 남성이 더 많았으나 자가 보고식 설문지와 소진 및 냉소주의 차원의 번아웃 점수는 여성이 더 높았다. 직장 괴롭힘의 유병률은 여성 18.7%, 남성 10.6%로 여성이 직장 괴롭힘에 노출된 경험이 유의미하게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적시했다.
전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직종을 불문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우울증 없는 근로자에게도 자살 경향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자살 경향성이 개인 정신건강 차원의 문제가 아닐 수 있음을 뜻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기업 및 국가 차원의 시스템 마련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박동규 기자 admi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