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기도 무서운 세상
컵라면·삼각김밥도 1100원
껌값마저 이제는 만만찮아
팍팍한 민생 한숨만 깊어져

▲ 대전 서구의 한 편의점 껌 매대. 1000원 이하의 가격을 찾아보기 어렵다.

1000원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시대다. 컵라면도, 삼각김밥도, 껌 한 통조차 넘보지 못하는 물가 앞에서 1000원은 점점 힘을 잃어간다. 하지만 그 무력한 1000원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기대한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풍경 속 1000원으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나마 작고도 쓸쓸한 위로를 따라가 본다.

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 앞을 중심으로 한 도심 거리에는 하루종일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공서에서 나온 공무원들, 학원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 손에 커피를 든 채 서성이는 직장인들이 교차하는 이곳은 그 자체로 대전의 일상을 대표하는 풍경처럼 보였다.

편의점에 들어간다. 요즘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1000원 짜리를 찾기 위해 매대를 둘러보니 체감이 다르다. 컵라면 코너엔 진라면 작은 컵이 1100원, 신라면은 1250원, 참깨라면은 1400원. 가장 기본이라 여겨졌던 라면 한 그릇이 어느새 1000원을 벗어나버렸다. 삼각김밥은 어떨까 싶어 돌아보면 참치마요가 1100원, 불고기맛은 1600원이다. ‘1000원으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말이 그저 과장이 아니라는 걸 눈앞에서 확인하게 된다. 껌이라도 살까 싶어 돌아보니 기본이 모두 1000원 이상이다. 이제는 정말 껌값이 1000원을 넘는 시대가 됐다.

조금 더 걸어가니 학교 앞 문구점이 하나 보인다. 입구에는 색이 바랜 플라스틱 간판이 걸려 있고 진열대엔 쫀드기, 눈깔사탕, 아이스크림이 빼곡히 놓여 있다. 여기는 시간이 멈춘 듯하다. 가격표가 반갑던 순간 사장님이 말한다. “천 원 들고 와도 아이들이 여기선 뭔가 사 가요. 편의점은 비싸잖아요. 여기선 아직 그게 돼요.” 1000원으로 한 가지 이상을 집어 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기보다 그걸 유지해주고 있다는 점이 감사하게 다가온다. 소비자의 사정도, 상인의 마음도 모두 물가를 따라 달라지고 있지만 이곳에는 아직 그 작은 여유가 남아 있다.

다시 거리로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거리엔 누군가 커피를 마시고 있고 편의점에서 갓 사서 나온 비타민 음료를 마시는 이들이 여럿이다. 지금도 이 거리엔 하루 수십 명이 편의점을 드나들고 그 중 수많은 사람들이 1000원짜리 하나로 ‘무언가’를 찾는다. 사실 요즘 1000원으론 밥도, 간식도, 음료도, 심지어 껌도 어렵다. 하지만 그 1000원이 의미 없다고 말할 순 없다. 1000원으로 사는 건 물건이 아니라 아주 잠깐의 위로이고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짧은 격려다. 커다란 의미를 갖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내가 나를 챙긴다’는 감정,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어쩌면 그 1000원이 들려주는 말은 여전히 똑같을지도 모른다. 괜찮다고, 아직 내게도 뭔가 남아 있을 거라고.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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