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권위주의 벗어던지고 예배당 미술 박물관으로 탈바꿈
운보·천경자 희귀作 등 전시 ··· 대안학교 '승리학교'도 한울타리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자리한 성천(聖泉·거룩한 샘) 문화원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친근한 문화 공간이다. 주성천교회와 한 울타리에 있지만 종교적 색채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이곳은 개원 1년 만에 도자기와 수석, 분재, 회화 등 1만여 점의 작품을 보유한 대전을 대표하는 순수 민간 문화원이자 명물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바티칸 미술관’을 표방하는 성천문화원에는 오도석 원장이 직접 가꾼 분재 작품들을 모아놓은 ‘샘물분재원’과 미국 뉴욕 경매장에 가서 직접 구입했다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품 수십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운보전시관’,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비롯한 진귀한 조각 작품들을 모아놓은 ‘샘물갤러리’를 비롯해 다양한 도자기, 수석, 수묵화 등 모두 7개 전시 공간에 세계 각국의 진귀한 예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성천문화원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완성도 높고 진귀한 작품들이 다양하게 소장돼 있다.
그렇다면 교회가 문화원으로 변모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오 원장은 기득권에 집착하고 타 종교에 배타적인 교회의 비뚤어진 권위를 내려놓고 부패에 찌든 한국 기독교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오 원장은 문화를 통해 어떤 종교 교리보다도, 더 큰 신의 진리와 인간의 깨달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 바티칸에 자리한 미술관에선 로마 가톨릭교회가 수집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바티칸은 종교의 담으로 가려진 예배당이 아니라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박물관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창조주의 선하심과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끼는 곳이 됐다.
오 원장은 성천문화원을 바로 한국의 바티칸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20여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집회를 인도한 그는 다문화와 다종교를 접했고, 이를 통해 오늘날 교회가 종교라는 틀 속에 고착화돼 있음을 깨닫게 됐다. 예배당 건물은 일주일에 몇 번 예배하는 데 사용되는 닫힌 공간이고, 불신자들에겐 너무 높은 벽이 됨을 알게 됐다.

세계는 통신과 교통의 발달 속에서 지구촌이라는 하나된 공동체로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문화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만을 생각하는 물질만능의 이기심에서 벗어나 타인과 국가, 나아가 인간과 자연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인류의 가치와 역할을 배워야 한다는 게 오 원장의 지론이다.
인간의 선악과 영혼, 육체의 삶을 주관하면서 인간의 문화에 거대한 뿌리를 내려온 종교의 근원을 절대자로 일원화하고, 각 교리간의 갈등과 분열을 종식하기 위해 문화라는 인류 보편의 순수성을 제시하는 그는 인간성 회복과 세계의 평화 질서, 절대자에 이르는 깨달음이 문화의 소통을 통해 실현될 것으로 확신한다.
성천문화원에선 지난 6~9월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제1회 중한수(中韓收) 협회(중국 고미술 한국 수장가 협회) 도자기 전시회’가 열려 명선덕연화어조문개관(明宣德蓮花漁藻紋蓋罐)을 비롯한 중국 고미술품 158점이 선보였다. 또한 매주 화·목·토요일 ‘대전옥션’이란 이름으로 경매가 진행되며 전국의 예술품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오 원장은 성천문화원과 함께 ‘승리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공부의 목적도, 삶의 방향도 없이 어두운 시대의 흐름 속에 타락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껴 공교육의 대안으로 중·고교 과정의 승리학교를 설립, 미래를 이끌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글·사진=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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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에서 예술과 치유의 길을 묻다"
오도석 성천문화원장

국내·외 수많은 성회를 인도해온 부흥 강사이자 목회자였던 그가 종교적 직분을 내려놓고 성천문화원장이란 낯선 직함으로 제2의 삶을 사는 오도석 원장. 그는 종교를 넘어 문화의 힘을 매개로 인간 본연의 가치와 깨달음을 구현하려 한다.
오 원장은 “현대 사회 인류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나가야 할 종교는 오히려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종교계 모두의 자성과 개혁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살아가는 소통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선 부패된 종교와 정치가 아닌 문화의 힘이 더욱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의 도구로 쓰이는 말과 글의 한계에서 벗어나 종교의 영성을 투영하고 인간의 언어와 문장으론 표현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형상화해 새로운 정신적 소통의 길을 여는 것이 바로 문화”라며 “올바른 문화를 구심점으로 인간은 진정한 삶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원장은 “목회생활을 하면서 부흥강사로 세계 곳곳을 다닐 때 바티칸에 간 적이 있다. 로마 바티칸은 여러 개의 예배당이 모여 있는 곳이며 각 예배당 안에는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하여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종교의 담으로 가려진 예배당이 아니라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세계 최대 미술품 전시관을 찾아 그 곳의 문화를 보고 느끼기 위해 몰려드는 것을 보고 문화의 힘을 알게 됐다”며 “수백 번, 수만 번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 보다 고도의 정신체계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문화를 통해 인간은 더 많은 가치를 깨닫게 됨을 절감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완성도가 높은 고도의 문화를 통해 우리는 곧은 장인정신을 배우고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며 “좋은 문화는 오늘의 바른 정신과 내일의 올바른 행보를 제시하며 인간 본연의 감성과 휴머니즘을 일깨운다. 앞으로도 바람직한 문화를 전파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절대자의 참된 진리를 추구하며, 올바른 소통과 합리적 사고가 인류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나아갈 것”이라며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종교를 넘어 세상 속에 들어온 오 원장.
생명의 문화예술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성천문화원을 설립하고 종교의 담을 허물어 문호를 개방한 그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을 누구에게나 활짝 열어놓았다.
글·사진=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