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여파로 수출 증가세 꺾여…내수 부진 겹치며 대내외 심리 위축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KDI는 12일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동향’를 통해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가운데, 통상 여건 악화로 수출도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미국의 관세인상에 따른 통상 여건 악화로 일평균 수출이 대(對)미국 수출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간 KDI는 경기 진단에서 경기 하방 위험 또는 경기 하방압력 확대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1월에는 경기 하방 위험 증대라는 표현을, 지난달에는 대외 여건이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KDI는 이달 경기 진단에서는 경기 둔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했다.
해당 표현은 고물가, 고금리 등고 더불어 수출 부진까지 겹쳤던 2023년 2월 이후 2년 만이다.
KDI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지만, 건설업 생산은 14.7% 급감했다. 서비스업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전체 생산 증가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나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되려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관세 인상 여파가 본격 반영되면서 대(對)미국 수출은 10.6% 감소했다.
특히 지난 3월 소매판매는 1.5% 증가했으나 이는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자동차 판매 증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소매판매 증가율은 0.5%에 그쳤으며 지난 1분기 소매 판매는 1% 감소했다. 이외에도 서비스 소비는 숙박·음식점(-3.7%), 예술·여가(-0.7%) 업종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93.8)는 전월(93.4)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기준치(100)를 하회하는 등 내수 부진도 계속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KDI는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대폭 하향 조정됐으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며 대내외 경제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