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빅터스 게임 2029년 대회 유치 본격화
대전, 아시아 첫 개최 도시 도전
보훈 인프라 집적지 강점
“자유·희생의 가치, 세계와 공유할 것”

<속보>=국경을 넘어선 연대와 회복의 상징인 인빅터스 게임이 도시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대전시가 전쟁의 상흔을 스포츠의 환호로 승화시키는 이 대회를 통해 치유와 존중의 도시로 거듭날 채비를 마치면서다. <본보 1월 21일자 6면 보도>

시가 세계 상이군인의 재활과 연대를 위한 국제 스포츠 대회인 인빅터스 게임(Invictus Games) 2029년 대회 유치전에 본격 돌입했다. 대전이 아시아 첫 개최 도시로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빅터스게임재단(IGF)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스위스 로잔에서 2029년 대회 유치 후보 도시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대표로는 대전이 단독 추천됐고 함께 경쟁할 도시는 덴마크 올보르, 이탈리아 베네토, 나이지리아 아부자, 미국 샌디에이고,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이다. IGF는 올 하반기 중 최종 후보군을 2~3개 도시로 압축한 뒤 내년 여름까지 현지 실사와 심사를 거쳐 최종 개최 도시를 확정할 계획이다. 만약 대전이 최종 선정된다면 인빅터스 게임의 아시아 최초 개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인빅터스 게임은 2014년 영국 해리 왕자(서식스 공작)가 창설한 국제 스포츠 대회다. 라틴어로 ‘정복당하지 않는’, ‘굴하지 않는’을 뜻하는 ‘인빅터스(Invictus)’라는 이름은 군 복무 중 부상당한 상이군인의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상징한다.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그동안 상이군인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응원하는 국제 사회의 연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회는 2년마다 개최되며 참가국은 평균 20개국, 선수단은 약 2500명 규모다. 주요 종목은 실내조정, 역도, 양궁, 육상, 수영, 로드사이클, 좌식배구, 휠체어 럭비, 휠체어 농구 등 9개인데 개최국이 2~3개의 종목을 추가해 운영할 수 있다. 국가 정상급 인사들의 공식 방문과 함께 보훈·재활 관련 산업전시, 문화행사도 열려 개최 도시에는 다방면의 외교적·산업적 효과가 따른다.

대전이 유치에 나선 배경에는 도시가 지닌 보훈의 상징성이 중심에 있다. 대전에는 국립대전현충원을 비롯해 대전보훈병원, 대전지방보훈청 등 주요 보훈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특히 대전현충원에는 6·25전사자, 참전용사, 한국군 전·현직 장병 등이 안장돼 있으며 연간 16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이는 물리적 기반을 넘어 대전이 보훈도시로서 가져온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여준다.

국가보훈부도 대전 유치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뿐만 아니라 예산 확보와 국제 교섭을 위한 전담 TF도 구성,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본격화했다. 강정애 장관은 “2029년 인빅터스 게임이 아시아 최초로 대전에 유치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대회를 통해 회복과 자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선진 보훈문화를 구현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대전 유치 도전은 스포츠 외교와 국제 연대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빅터스 게임은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이들의 회복을 스포츠로 응원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공동체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특히 전쟁의 상흔을 공유한 나라들이 참가하는 만큼 유치 도시는 보훈과 평화, 치유의 상징성을 함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대전이 인빅터스 게임 유치를 대한민국의 보훈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로 삼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는 대회 유치를 계기로 보훈문화도시 브랜드 정립은 물론 재활·의료·복지 융합산업 육성, 현충시설 연계 국제 관광 자원화 등도 함께 구상하고 있다. 스포츠 외교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산업 전략을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이장우 시장은 “인빅터스 게임이 대전에서 열리면 아시아 최초의 대회가 된다. 이는 6·25전쟁의 국제 연대를 기념하고 자유를 위한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전은 명실상부 보훈 도시로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개최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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