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철강 넘어 ‘반도체·의약품 등’도 피해
“사드 때처럼 생산·수출 다변화 검토해야”

차등관세 데드라인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충청지역 수출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사드 사태 당시처럼 생산과 수출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지난 4월 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14257호를 통해 같은 달 5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 기본관세를, 9일부터는 한국 15% 등 57개국에 차등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13시간 만에 기존 방침을 바꿔 중국을 제외한 국가엔 차등관세를 90일간 유예했다. 이로써 이달 9일 오전 12시 1분(미 동부시간)까지 한국은 차등관세 15%가 면제됐다.
기본관세에는 협상이 없다는 미국의 기본방침에 따라 각국은 차등관세 철폐 또는 완화를 위한 실무협상에 임해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물 건너간 듯 보인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차등관세에 대한 유예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밝혀서다. 대전의 한 무역학과 A 교수는 “어떻게든 상호관세 중 차등관세만은 비껴가려고 각국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지금으로선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기본관세 10%에 품목별 관세만으로도 지역수출이 위기에 빠졌는데 차등관세 15%가 더해지면 사실상 모든 품목에 관세가 매겨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품목관세가 부과된 산업은 자동차·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 냉장고·냉동고·건조기·세탁기·식기세척기 등 8종류 가전제품에 50%(철강관세) 등이다. 특히 충청지역은 현대차 아산공장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부품,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철강(자동차용 강판)이 주력산업이라서 피해가 큰 상황이다. 철강은 지난달 수출액이 23억 5000만 달러로 8% 줄어들었다. 자동차와 부품은 각각 2.3%, 2.4% 증가로 선방했으나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가격이 오르기 전에 서둘러 구매에 나서 2분기 자동차 판매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충남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차등관세가 발효되면 지역의 핵심산업인 반도체·의약품·디스플레이·배터리까지 25% 관세가 매겨진다”며 “사드 당시 효과를 발휘한 수출 다변화로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엔 생산기지까지 옮기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관세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어떤 결정도 쉽사리 내릴 수 없는 게 가장 큰 위기다”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미국 관세발 긍정적인 효과도 점쳐진다. A 교수는 “각국이 수출처를 미국에만 집중하지 않고 아세안·EU·인도·중동 등으로 다변화하면 공급망이 안정돼 글로벌 물가 충격이 국내로 전이되는 현상이 완화된다. 또 미국으로 가지 못한 물량이 국내에서 소비될 경우 수입 비용도 완화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미국의 결정만 바라볼 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