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首 명문화 개헌서 제외 논란속
해수부 이어 농림부 이전도 제기
중앙 기능 분산이란 정부 전략에
세종청사 기능 축소 우려 현실화
충청 정치권은 대책 없이 침묵만

사진=챗GPT 제작
사진=챗GPT 제작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공식화하고 국정기획위원회가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를 개헌 과제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충청권은 전략 없는 기능 이전과 정치권의 대응 공백 속에 중심성을 잃어가고 있다. 공약으로 남은 행정수도가 비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지역 안팎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이유다.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를 조율 중인 국정기획위는 논의 끝에 행정수도 관련 내용을 개헌 사항에 포함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은 현행 헌법 안에서도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제도적 명문화 없이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결정이 전해진 직후 정부가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종청사의 기능 축소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해양 정책은 해양 중심지에서’라는 해수부 이전의 명분은 존재하지만 수도권 과밀 해소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가 비전과는 충돌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해수부 이전 이후 전북에서 농림축산식품부를 이전해 ‘농업수도’를 완성하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지역 산업과 행정 기능의 연계를 내세운 유사한 요구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주장이 반복된다면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부처 대부분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밀집지역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단지가 있는 지역으로, 국방부는 최전방으로, 산림청은 산림면적이 가장 넓은 곳으로 가야한다는 말까지 가능해진다. 중앙 기능 분산이라는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이 오히려 세종의 이탈과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이러한 흐름은 정책 결정의 방식과 순서에도 문제를 드러낸다. 제도적 기반이나 공론화 없이 개별 부처 이전부터 추진하는 방식은 정책의 정당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의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와 청와대 기능을 자신들의 몫으로 인식하는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법적 근거 없이 기능 이동을 밀어붙일 경우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충청지역 정치권은 사실상 대응 공백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여당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의식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야당은 독자적 동력 부족으로 견제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다. 결국 최민호 세종시장이 홀로 방어선을 구축하며 대응에 나서자 충청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국정기획위가 전체 전략의 큰 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며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정책 자산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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