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이스터고 이성재 교사 - 바자회·연탄 나르기 행사로 인성교육 시작
올 8000장 연탄 구입 ··· 소외계층에 전달, 봉사활동 자발적 행사로 탈바꿈

이성재(51) 동아마이스터고 교사가 독특한 교육학 지론을 소개했다. 그는 정규 수업만큼이나 중요한 게 인성교육이라고 말했다. 또 인성교육은 누군가 ‘말보다 실천’으로 본보였을 때 가능하다고도 했다.
“인성교육의 시작은 학생들 스스로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이 교사는 “아이들이 선뜻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주변에서 의도적으로 권유해 이를 체득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훗날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도 남을 먼저 생각하고, 돕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고 나름의 기치를 설명했다.
이 교사의 교육학 지론은 교내 축제 기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자회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바자회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내놓아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독거노인 및 소외이웃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물품을 구입해 학생들이 직접 전달하는 형태로 실시된다.
바자회가 처음 시작된 지난해 11월, 교내 동료교사들의 참여도 잇따랐다. 교사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연말연시 학생들이 실시하는‘연탄 나르기 행사’에 힘을 실었다.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에 앞서 솔선수범에 나선 것이다.
이 결과 ‘연탄 나르기 행사’ 규모도 2배가량 커졌다. 바자회를 시행하기 전 축제기금으로 연탄 3000여 장을 구입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8000여 장의 연탄을 확보, 소외이웃에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바자회에서 얻은 수익금과 교내 교사들의 성금이 더해지면서 가능했던 결과다.
그는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몰라서 또는 기회를 갖지 못해 봉사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교내 구성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 뜻을 함께 하는 동료 교사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연탄 나르기 행사’를 실천에 옮기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행사의 취지는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을 전개하게 한다는 데 있다”면서도 “동료 교사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행사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그러나 이 교사의 행보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시작 당시에는 불협화음도 있었다. 대체로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컸다.
그는 “개중에는 행사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도 있었고, 연탄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만지기를 꺼려하는 경향도 있었다”고 머쓱해 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시작된 이 행사가 학생들에게는 변화의 단초가 됐다”며 “학생들을 마주한 독거노인들이 저마다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봉사과정을 꺼려하던 학생들도 노인들의 따듯한 말 한마디에 감흥을 느끼고, 더불어 봉사활동을 통한 보람과 즐거움 등 참의미를 몸소 깨달았다는 얘기다. 이 교사는 이를 계기로 올 한해 봉사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도 짰다.
그는 “교내 1개 학급과 1가정이 결연을 맺고 상호교류 하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며 “한시한철에 이뤄지는 단발성 봉사활동이 아닌 평상시 꾸준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인위적 또는 의도적 봉사활동도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봉사 기회를 제공해 참여를 독려하고, 이를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으로 변화시키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속마음을 비쳤다.
이 교사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갖는다. 그는 “학업을 통해 지식을 쌓고, 좋은 대학과 직장에 진학하게 되면 학생 개인의 미래는 밝아진다”면서도 “반면 학생들이 스스로를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을 때는 사회 전반이 여유롭고 따듯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과 나를 위해 참된 것을 배워서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는 학생들을 양성하고 싶다”며 “학력 위주의 교육이 아닌 인성교육을 필두로 한 참교육 실천을 위해 동료교사들과 함께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 정일웅 기자 jiw3061@ggilbo.com·사진 이성희 기자 token77@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