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안경광학과 정주현 교수 - 성적·취업만 고려 ··· 진학후 흥미 반감 빈번
지난해 17개 프로그램 개발 ··· 만족도 95%, 겨울방학 내 인체테마 여행캠프 운영 예정

일선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오롯이 소화해 낼 방도가 없다.
호기심 대상이 ‘의과학’이라는 다소 전문적인 영역이라면 교사들이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란 역부족이다.
정주현 건양대 안경광학과 교수가 의과학 교육기부에 발을 내디딘 배경이다.
정 교수는 “중·고교생들은 과학수업을 통해 의과학을 이해하고 탐구한다. 딱딱한 의과학은 학생들이 쉽게 접근하기도, 관심과 흥미도 끌기 어려운 과목”이라며 “단순히 교과수업만으로 학생들의 진로와 흥미를 유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건양대 의과학대학 교수들과 머리를 맞대 교육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중·고교 학생들은 어려운 대학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못하다”며 “학생들의 80% 정도가 성적에 따라, 취업률에 따라 대학 진학을 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은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관계 없이 취업 등 환경에 맞는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 자신의 꿈과 관심을 저버리고 그저 취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정 교수는 “성적과 취업을 고려한 대학 진학으로 제자들이 점차 의과학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안타까움은 더했다”며 “의과대학 학생들은 입학 당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열정을 보이지만 애초 관심과 흥미를 반영하지 않은 대학 선택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열정이 식어갔다”고 전했다.
중·고교 시절 의과학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호기심에 대한 갈증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문제로 정 교수는 판단했다.
선뜻 나선 교육기부지만 이런저런 장벽으로 수월하지는 않았다.
중·고교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의과학 지식 등을 전달하자면 주말밖에 시간이 허용되지 않았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교수들과 직원들은 정 교수의 뜻 있는 결단에는 동의했지만 피곤한 일상에서 잠시 쉬는 주말을 활용해 교육기부를 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달콤한 휴식을 반납한 채 주말에도 또다시 학교에서 보내야 했으니 반응이 시큰둥할 수밖에.
교육기부자들을 생각하면 주말 교육이 미안하기 그지없고, 학생들을 생각하면 주말 밖에 시간이 나질 않고. 결국 교수들과 직원들은 일일이 찾아다니며 ‘교육기부를 하는 착한 사람’이 되자로 거듭, 거듭 권유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결국 설복이 약발을 발휘하면서 건양대 발(發) 교육기부의 물꼬를 텄다.
건양대 의과학대학은 교육기부 프로그램 개발에 돌입, 구슬땀께나 흘린 끝에 지난해 1월 17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총 12회에 걸쳐 600명 정도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체험 중심 프로그램의 교육기부는 단박에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건양대 의과학대학(작업치료학과, 안경광학과, 임상병리학과, 병원관리학과, 방사선학과, 치위생학과, 물리치료학과, 응급구조학과)이 교육기부 매회 만족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참여 학생 95% 이상 만족이라는 최고급 반응이 취합됐다. 어렵게 시작한 보람으로 충분했다.
내친김에 올 겨울방학에는 학생들의 만족도 검사를 바탕으로 1박2일 인체테마 여행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체험캠프 프로그램에는 ▲인체 뼈 구조 관찰 체험 ▲뇌파 뉴로피드백을 이용한 나의 집중력 높이기 ▲나도 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 체험 ▲학습력 향상을 위한 비전 트레이닝 체험 ▲의과대학생 멘토와의 만남 ▲치면 세균막 관리하기 ▲채혈 방법 및 혈액형 검사 체험 등이 담겼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행복한 법이라고 했던가. 정 교수의 생각도 그렇다. 교육기부를 통해 의과학 학문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지식을 널리 전파해 학문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만하면 일석다조다.
대전시교육청과 건양대의 지속적인 협력으로 학생은 물론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니 그 욕심 한 번 고맙다.
다부진 각오도 잊지 않았다.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의료 보건계열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대학 의과학 교수들과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그의 청사진이 교육기부가 나아갈 방향을 지목하고 있다.
최장준 기자 thispro@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