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복귀협조 대책 요구하고
전공의도 국회간담회 논의 추진
김민석 총리 “복귀 선언 큰 전진”
환자단체는 “재발방지 장치 필요”

지난해 윤석열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1년 5개월간 이어졌던 의정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의료 현장의 공백과 교육 시스템의 붕괴라는 위기를 지나 의대생들이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전공의들도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학생 전원이 학교로 돌아가겠다. 압축이나 날림 없이 제대로 교육 받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복귀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의대는 학사 일정이 1년 단위라 올해 1학기를 유급하면 2학기 복학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의대생들이 복귀를 결정하며 정부를 향해 학사 일정 정상화를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는 종합대책 마련을 요구한 이유다. 이선우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정부와 국회가 제시하는 의학교육 및 수련 정상화를 신뢰하며 투명하고 지속성 있는 협의체가 마련된다면 성실히 참여하겠다”라고 말했다.
복귀 흐름은 전공의로까지 확장되는 분위기다. 강경 노선을 이끌던 박단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한성존 새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도 복귀 논의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대전협은 전공의 84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정책 재검토,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의 조건을 정리했고 14일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간담회를 열어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조직 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일단 사직한 전공의들은 이달 말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병원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입영 대기 중인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병역 유예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가 요구안이 구체화되면 협의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이다.
정부도 의대생들의 복귀 선언을 의정 갈등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술 같은 2000명 밀어붙이기의 고통이 모두에게 너무 크고 깊었다. 의료계와 국회가 복귀를 선언하고 정부의 협조를 구한 것은 큰 전진이며 국민이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의료계도, 국회도, 정부도 더 깊이 살펴야 할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환자단체들은 의대생들의 복귀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의료 공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를 포함한 10개 단체로 구성된 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 공백 피해를 직접 알리기로 했다. 이들 단체들은 13일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환자와 가족은 더는 의료 공백을 겪고 싶지 않고 다시는 겪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 수련 환경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인권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라고 호소했고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입장문을 내 “복귀 결정은 늦었지만 다행이지만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에 대해 의료계가 사과조차 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앞으로 생명과 건강을 협상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원칙과 단체행동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교육 인프라 확충, 수련 체계 재설계, 지역 의료체계와의 연계 강화는 모두 다음 국면의 쟁점이다. 국회와 의료계는 의학교육·의료개혁 협의체를 구성하고 수련 환경 개선과 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