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최근 국토부에 반대 의견 제출
법안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정지역 확대 등 시행 구조조정
도시계획·시설비용 재검토 요구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대해 충청권 공동 대응을 주도했던 세종시가 정작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두고는 자치 권한과 행정 경계를 앞세워 선을 긋고 있다. 행정수도 위상을 강조하면서도 권역 확대에 따른 기능 분담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행정수도 설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행특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이전, 행정수도 명문화 등 법안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 구조 전반에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정지역 확대, 도시계획 권한, 공공시설 운영 체계 등을 핵심 쟁점으로 지목했다.
현행 행복도시법은 예정지역을 공주·연기군 일부로 제한하고 있으나 행특법은 충남·충북 일부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시는 도시계획 경계 중첩, 특별회계 지출 기준 혼선, 재산권 제한 우려 등을 들어 기존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도시계획 수립과 인·허가 권한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게 부여한 조항은 자치사무 침해로 보고 있다. 지방정부 고유 권한인 도시계획 권한을 중앙정부 기관에 위임하는 것은 행정 효율성과 자율성 측면 모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는 공공시설 운영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시로 이관된 청사 등 주요 기반 시설의 관리 비용을 국가가 일정 기간 부담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행특법 제정이 진정한 행정수도의 완성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지역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세종을)은 조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법안의 목표가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인 만큼 세부 시행 구조는 심사 과정에서 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시 의견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질 수 있고 필요하면 수정도 가능하다. 당론 채택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시의 미묘한 태도 변화 때문이다. 시는 행특법 국면에서 명분과 실리를 분리해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해수부 이전 당시 충청권 연대를 주도하던 모습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당시 시는 ‘행정수도 세종’을 내세우며 충청권 공동 성명을 이끌고 단일한 입장을 부각했다. 반면 행특법 논의에선 예정지역 확대에 선을 긋고 권한 분담 논의에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연대를 외치면서도 실익은 챙기려는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배경은 있다. 행정수도로서의 위상은 제도화하되 권한 분산이나 재정 구조 변경은 피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행정권 집중과 자치경계 고수 사이에서 상징과 실질 모두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행정수도 위상을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권한까지 독점하려는 모습으로 비친다면 충청권 전체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해수부 이전 때 연대를 강조하던 세종시가 이번엔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