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성장에 부정적, 경영권 위협 심화
1차 개정 상법 보완책부터 마련해야
경영계, “추가 입법 재고 바라” 읍소

국내 상장사들이 2차 상법 개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상법개정 이후 곧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이슈를 다루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추가 논의 중인데 이렇게 되면 기업 성장 생태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거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정관으로 집중투표 배제 불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1→2명)가 골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상장기업 300곳(자산 2조 원 이상 82곳 포함)을 대상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방안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6.7%는 2차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이와 관련해 2023년 말 기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301곳인 반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기업은 574곳으로 기업 성장 사다리 메커니즘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인데 2차 상법이 개정되면 ‘중견→대기업’ 성장 메커니즘에도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 개정하는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응답기업의 74%가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38.6%는 ‘경영권 위협 우려는 낮지만 가능성 자체는 존재한다’고 했고 28.7%는 ‘주주 구성상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으며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한 기업은 6.7%였다.
또 응답기업의 39.8%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재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경우 외부세력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회를 주도해 이사회 견제가 심화될 수 있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응답했고 감사위원 후보 확보 및 검증 부담 증가(37.9%), 감사위원의 이사 겸직에 따른 이사회 내 의사결정 방해·지연(16.5%), 경쟁기업 추천 감사위원의 기업기밀 유출 가능성 확대(5.8%) 등도 우려되는 점으로 지목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2차 상법 개정 논의에 앞서 1차 상법 개정의 보완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가장 시급한 보완책으로 응답기업의 38.7%는 정부의 법 해석 가이드 마련, 27%는 배임죄 개선·경영판단 원칙 명문화, 18.3%는 하위법령 정비를 꼽았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8단체는 24일 간담회를 갖고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와 가치 하락을 초래해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추가적인 상법 개정 재고를 요청했다. 이어 “경제계는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인력 양성에 매진하겠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앞장서는 것은 물론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 투명성 개선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