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셜미디어 달구며 경제효과만 4033억
2년차 징크스 깨고 ‘핵인싸’ 축제 진기록 행진
축제기간 대전은 물론 타지역 청년층 방문 늘어
다채로운 볼거리, 즐길거리·먹거리 만족도 높고
매장마다 대기줄 이어져 원도심 상권에

사진 = 대전시 제공
사진 = 대전시 제공

사람은 철 따라 산다. 계절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나 여름 나기가 힘겨운 게 인지상정이다. 바캉스가 휴가의 대명사가 된 이치에서 여름은 병 주고 약 주는 애증의 성격을 갖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다.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또는 해외로 휴가 계획을 세우는 설렘은 여름에 누리는 한정판 호사다. 점찍은 피서지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투픽’이 될 수도, ‘원픽’이 될 수도 있는 도심 속 축제, ‘도캉스’가 대기 중이다. 한여름 도심을 열정과 낭만으로 달구는 ‘대전 0시 축제’다. 눈썰미나 귀썰미가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가심비’와 ‘가성비’ 모두 잡을 0시 축제의 진가를 알 것이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축제의 성과와 축제를 직접 소비한 경험담으로 아니 가보지 않을 이유를 공증해본다.

◆2년 차 징크스가 뭐예요?
대전 0시 축제는 2023년 첫선을 보이자마자 히트 상품이 됐다. 기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관계자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레간 추정 방문객 109만 명, 축제 개최로 인한 경제적 효과 1789억 원(추산), 방문객이 직접 소비한 지출액 565억 원, 2015년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한 간접 경제효과 1174억 원 등의 정량적 성과는 첫술에도 배부를 수 있고, 먹지 않아도 배부를 수 있음을 실증했다. 그러나 화려한 데뷔는 지속성을 과제로 남기는 법이다. 그렇게 초조 반 기대 반으로 문을 연 2024년 축제는 의젓하게 물었다. “2년 차 징크스가 뭐예요?”

“세계적인 축제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시켜 오면서 성장한 것처럼, 올해 나타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콘텐츠 경쟁력도 강화해 5년 이내 아시아 1위·세계 3대 축제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키워가겠다.”

지난해 축제가 끝난 뒤 결과 브리핑에서 꺼낸 이장우 시장의 야심에 찬 소회가 2024년의 성과를 말해준다. 2024 대전 0시 축제는 8월 9일부터 17일까지 아흐레간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 구간(1㎞) 중앙로와 인근 원도심 상권에서 개최됐다. 첫해보다 기간을 이틀 늘린 것을 두고 무리수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국내 축제 중 단일기간 최대 방문객인 200만 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기우였음을 증명했다.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방문객 수는 체온감지식 무인계수기를 활용해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한 값이어서 거품이 낄 여지가 없었다. 휘파람이 절로 나온 건 대전시 이외 지역의 관광객이 전체 방문객의 44.3%였다는 점이다. 여름휴가를 도심으로 오게 만들겠다는 역발상이 주효하며 ‘노잼 도시’를 과거지사로 박제해버렸다.

◆진기록은 계속된다
2년 연속 안전사고·쓰레기·바가지요금 없는 3無로 진행한 것은 방문객 200만 명을 뛰어넘는 성과다. 이를 두고 시는 시민들의 수준 높은 질서 의식과 체계적인 무대 뒤에서의 안전·환경·경제 대책이 어우러진 결과로 봤다. 이 시장도 매일 행사장을 돌며 현장 점검에 구슬땀을 흘렸다. 하루 875명의 안전관리 인력을 운영하고 119구급대를 상시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인파 밀집도 관리를 위해 인공지능 선별 관제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무사고 축제를 만들었다. 또한, 1km에 이르는 행사장은 휴지 조각 하나 없을 정도로 청결한 환경을 유지했다. 환경관리요원·자원봉사자·공무원 등이 수시로 순찰하면서 관리한 덕분이다.

◆“핵인싸” 원도심 경제 활성화 본분을 다하다
축제를 통해 대전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페이스북·유튜브 등 대전시 소셜 미디어의 축제 홍보 게시글 조회 수는 1159만을 넘었다. 일반인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한 달 동안 축제와 관련된 게시글이 7461건에 달했고, 유튜브는 1398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쳇말로 “핵인싸”인 0시 축제의 본분은 지역 경제 활성화다. 반대 민원에 양해를 구하면서 원도심 한복판을 무대로 삼은 이유다. 원도심 경제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건 눈으로 확인된 인산인해 성황과 쏠쏠한 매출표가 대변한다.

시는 축제로 인한 총 경제적 효과를 4033억 원으로 추산했다. 직접 효과 1123억 원, 지역산업에 미치는 간접효과 2910억 원을 합한 추정치다. 먹거리존과 행사장 인근 음식점의 식재료는 조기에 동이 났으며, 식당에는 대기 줄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점포는 하루 최대 3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도 휴가지에서 생기기 마련인 바가지 상혼이 문제 되지 않은 것은 먹거리존 참여 점포를 원도심 상인으로 제한한 점, 가격표시제 도입,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9개 상인회와의 협약식을 통해 손님맞이 준비에 노력한 절제의 힘이다.

◆바탕은 시민의식
행사 주 무대인 중앙로와 대종로 구간은 대전에서도 손꼽히는 사통팔달 지대다. 이런 곳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는 것은 큰 불편을 의미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아니었다면 0시 축제가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축제 기간 접수된 교통 민원은 1367건이다. 지난해보다 행사 기간이 이틀 늘어났음에도 민원은 129건 감소했다. 분야별로는 시내버스 관련 민원이 가장 많았으며, 교통 불편·주정차 등의 순으로 민원이 접수됐다.

행사 초기에는 불만·항의 민원이 주를 이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사장 가는 방법을 묻는 단순 정보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행사 기간 지하철을 타고 대전역·중앙로역·중구청역을 이용한 승객이 평시 대비 73% 증가한 58만 7087명인 것으로 조사됐으니 시민의식이 발산한 양보의 미덕이 질서를 잡아준 셈이다.

◆1인칭 관찰자 시점: 방문객 눈에 비친 0시 축제
축제는 평판으로 살고 평판으로 죽 쑨다. ‘찐’ 입소문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순수 방문객들의 평가야말로 0시 축제의 객관적인 랜덤 리뷰다. 200만 명에게 물을 순 없어도 방문객 323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분석으로 판단 기준을 잡아볼 만하다.

△방문객 특성
조사 대상 323명 중 여성 206명(63.8%), 남성 117명(36.2%)으로 여성이 많다. 연령별로는 21∼30세 30.3%, 31∼40세 24.1%, 60세 이상 14.9%, 41∼50세 10.5%, 20세 이하 10.2%, 51∼60세 9.9%로 청년층인 21∼40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거주지별로는 대전시민 55.7%, 외래 방문객 44.3%다. 외지인은 대전 인근인 충남, 경기, 세종, 충북 순으로 많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방문 목적이다. 63.5%는 ‘순전히 축제 참여를 위해서’라고 했고, 36.5%는 ‘대전에 온 김에’라고 했다. 행사장 체류시간은 3시간이 31.0%로 가장 많았고 2시간(23.2%), 1시간(19.8%), 5시간(11.8%) 순이었다. 56.0%는 2024년 축제가 처음이었지만 44.0%는 2회 연속 방문했다고 응답했다. 회를 거듭하며 전국구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는 표식이다.

△80%를 넘나드는 ‘공감력’
축제는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와 떼어 놓고 논할 수 없다. 오감 만족은 쉽게 도달할 공감 지대가 아니다. 평균 80%를 넘나든 0시 축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프로그램 내용의 유익성과 독특성이 각각 83.2%와 79.8%의 긍정 평가를 얻었다. 프로그램 종류의 다양성과 풍부함은 83.6%, 재미는 82.4%, 주제 반영은 82.6%로 호평을 얻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먹는 재미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위생 및 청결 상태 80.5%, 맛의 우수성 76.5%, 가격의 적절성 76.8%, 음식점 서비스 친절도 79.9%, 음식 종류의 다양성 78.7%로 준수한 점수를 받았다.

축제를 빛낸 콘텐츠는 어떨까. 수용성이 달라 콕 집어 말한 순 없어도 중요도(괄호 안은 만족도) 분석에서 드러난 긍정 평가로 키재기는 할 수 있다. 시간여행 퍼레이드 77.7%(75.3%), 이머시브 체험존 73.1%(70.0%), K-POP 콘서트 82.7%(79.1%), 프린지 페스티벌 79.0%(78.4%), 미래과학기술 체험존 80.5%(78.1%), 대전 미래비전 전시관 80.6%(79.7%), 꿈씨패미리 포토존 82.4%(75.7%), 패밀리 테마파크 82.4%(79.9%), 먹거리존 82.7%(78.7%) 등의 반응을 보였다.

△축제장 운영은 ‘합격점’…축제 유발 효과는 ‘기대↑’
상술했듯이 0시 축제는 안전사고와 쓰레기, 바가지요금 없는 3무(無)로 차별화된 내공을 다지고 있다. 2선에서의 노고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방문객 눈에 비친 축제장 안전 및 환경도 다르지 않았다. 교통 및 접근성의 편리성 81.1%, 행사장 내 안내 서비스의 적절성 82.9%, 편의시설의 적절성 80.1%, 안내요원의 친절성 82.0%, 기념품 등 가격 적절성 78.9%, 안전요원의 배치 적절성 79.8%, 사회적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77.4%, 시설의 안전관리와 위험 요인의 대처 적절성 각 79.6%, 친환경 축제를 위한 노력 77.1%의 동의를 얻었다.

단순히 축제를 소비하는 시대는 끝났다. 축제의 가치는 유형보다 무형에서 더 도드라지는 법이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서 방문객들은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82.7%는 축제로 인해 대전시 이미지가 개선됐다고 했고 84.2%는 시민들에게 여가 및 다양한 문화예술을 제공했다고 했으며 84.2%는 대전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시 관광산업 발전 기여(81.8%), 대전시 이해와 관심 제고(83.3%), 대전시 여행 계획 자극(82.7%), 대전시 대표 축제로의 성장 가능성(85.2%), 축제 계속 개최의 필요성(83.8%)은 0시 축제의 성장판을 새삼 들여다보게 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웃음기 퍼지길
원도심 경제 활성화를 어깨에 짊어진 0시 축제에게 상권에 얼마나 생기가 돌았는지는 일할 맛 나는 원동력이 된다. 요즘 같은 불황에 반짝 특수라도 누릴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을 터, 다양한 업종의 대표와 종사원 173명이 그 물음에 답했다. 71.7%는 축제 기간 중 매장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고 했으며 61.2%는 상점이 활성화됐다고 끄덕였다. 매출액 변화에선 22.0%는 동일, 34.7%는 20% 미만, 43.3%는 20% 이상의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매출액은 평일 95만 원, 주말 158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박이라고 하기엔 뭣해도 사람이 몰리면 돈이 도는 이치는 틀리지 않은 듯하나 지역 상권 및 대전시 이미지 개선(64.8%), 대전시 대표 축제로서의 가능성(67.6%), 음식·상품 판매 도움 정도(67.0%), 원도심 활성화(60.7%), 관광산업 활성화(55.5%), 0시 축제의 전반적 만족(58.3%), 축제의 지속성(64.2%) 등 전반적인 상인들의 수용성은 방문객보다 다소 떨어졌다.

◆빅데이터로 톺아보기
요즘은 소셜 미디어에 얼마나 노출되고 언급되느냐가 인기와 판도의 척도다. 지난해 0시 축제는 소셜 미디어에서 꽤 비중 있게 다뤄졌다. 관심이 높다는 것이고 일단 반향성의 옷을 착용한 만큼 올해가 더 기대된다. 빅데이터로 톺아본 0시 축제는 대전을 새롭게 조망하는 도구로도 기능한다. 0시 축제 키워드 성별 검색은 여성 62%, 남성 38%, 연령별 검색은 20대(42%), 30대(25%), 40대(14%) 순이다. 키워드는 정보성(72%), 상업성(28%), 주요 검색 키워드는 대전 0시 축제(5만 7290건), 축제 기본 정보(5만 2800건), 축제 라인업(4만 2200건) 등의 순이었다. 채널별 언급량은 인스타그램(3023건), 트위터(2886건), 블로그(1074건), 주요 연관어는 장소, 축제 정보, 맛집 등이 많았고 긍정 단어는 ‘즐기다’, 부정 언어는 ‘덥다’가 최다였다. 유튜브 평판 요인에선 긍정적 반응 약 79%, 중립적 반응 약 14%, 부정적 반응 약 7%로 분석된 가운데 ‘멋지다’ 등의 긍정 반응, ‘덥다’ 등의 중립 반응이 추출됐다.

◆진화를 위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고언
전문가들도 0시 축제의 진화에 대해 동의한다. 개선이 요구되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으나 기술적으로 보완이 가능한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방문객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난 1년의 준비 과정에 유효하게 녹아들었으리라고 본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축제 발전 방안은 총평에서 드러난 잘된 점과 개선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축제 표어인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의 실사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0시에 끝나는 축제가 아닌 0시 이후에도 지속되는 축제라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거나 표어=주제=야간축제=‘대전의 맛’의 일련의 연상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내친김에 지하철, 시내버스 등의 운행 시간이 연장돼 진정 잠들지 않는 대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눈길을 끈다. 대전천=물(水)=친환경 축제=유희성을 끌어들이자는 의견과 바이크와 로봇, 유니폼 등으로 퍼레이드 프로그램를 차별화하자는 의견, ‘대전 썸머여행 페스타’ 이를테면 호캉스나 풀 파티 프로그램을 통해 아예 여름휴가를 대전 도심에서 즐기도록 유도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도심 속 문화공연 프로그램의 지속 운영과 먹거리존의 집중·차별화, 하나의 공간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체험하고 즐기도록 하는 공간 기획·연출 등이 제안됐다. 이와 함께 3무(無) 축제 지속, 친환경 축제 추구, 식중독 검사소 확대 배치, 사회적 약자 우선 고려, 무더위 쉼터 필요 등의 행사장 공간 및 행사 운영에 관한 훈수도 있었다.

여기까지가 프리퀄이다. 고작 2회를 치렀고 3회를 목전에 둔 젊은 축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흡수력과 친화력으로 진화를 지향한다. 쓴소리도 좋고 단소리도 좋다. 사랑과 관심이 0시 축제의 질적·양적 팽창의 영양분이다. 모든 준비는 마쳤다. 올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기대치를 충족시킬지 자못 궁금하다. 궁금하면 백문불여일견이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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