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 등, '투자+·쌀 수입 확대'로 15% 합의
조선 등 K-패키지, 소고기 등 협상카드로 거론

내달 1일 차등관세 발효를 앞둔 가운데 한·미 간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충청 주력산업의 생존이 갈림길에 놓였다.
유럽연합(EU)은 27일(현지시간)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상품에 15%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미국과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EU는 7500억 달러(약 1038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미국 투자금 6000억 달러(약 830조 원) 추가, 대규모 군수 물자 구매를 약속했다. 대전의 한 무역학과 A 교수는 “EU는 상호관세를 30%에서 일본처럼 15%로 낮췄다.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60조원)의 대미 투자를 확약했듯, 확실히 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 수출 2위인 충남을 중심으로 175억 달러어치 대미 수출을 한 충청권에선 불안감이 쏟아진다. 협상 실패 시 무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현재 25%의 품목관세를 부과받은 자동차부품업계는 무거운 긴장감이 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충남·충북지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13억 3949달러로, 한국 전체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 26억 4584만 달러 중 절반이 넘는다. 충남의 한 정밀부품업체 대표는 “우리만 25% 관세를 받으면 완성차가 현지에서 일본이나 유럽산보다 덜 팔리게 되고 국내 수출 생산량이 줄어 부품 납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미국 직접 수출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이중타격이 예상된다. 상호관세까지 15%로 낮추지 못하면 아예 경쟁할 수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번 EU·미국 간 관세 협상엔 이견이 존재한다. EU는 반도체·의약품도 15%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힌 반면, 미국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합의한 일본도 ‘타국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도록 확약’받는 데 그쳤다. 이로써 지난해 집적회로반도체 대미 수출만 18억 4424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116억 1407만 달러)의 11.1%를 담당한 충남지역, 지난해 의약품 대미 수출액만 9317만 달러를 올린 충북지역의 피해가 예상된다. 대전 의약품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의약품 관세가 발효되면 신약개발 후 충북지역 등으로 위탁생산을 발주하는 대전지역 업체들도 매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농축산업계도 위태롭다. 정부가 영국·일본·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이 모두 일정 수준의 농축산물 개방을 감수한 탓에 2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도 포함됐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A 교수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의무수입물량에 국가별 쿼터와 5% 저율할당관세를 동시에 고정해 미국산 물량을 마음대로 늘리지 못한다”며 “결국 소고기와 연료용 농산물 등을 협상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통상당국은 마스가(MASGA)로 명명한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와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 협력 강화, 가스·원유 등 에너지 수입 확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 사업 참여 검토 등 K-패키지를 제안할 방침이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