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책임 일치로 대화의 길 열어야
의견수렴 통해 법적 불확실성 해소
與, 법 개정이 국제노동규범에 부합
국회 본회의 처리, 예정대로 진행

사진 =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사진 =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경영계가 여당 주도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처리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시간을 끌 수도 없는 사안임을 분명히 하면서 경영계 설득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19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다시 찾아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김 장관은 “현장에서 제기되는 법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책임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리스크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겠다. 법 시행 전에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법 개정의 취지를 거듭 설명하면서 기업의 이해를 구했다. 김 장관은 우선 “이 법안은 현장에서 반복돼 온 갈등구조를 해결하고 예측 가능한 교섭질서를 회복하면서 노사 모두에 실질적인 안정성과 책임을 부여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며 “핵심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법안은 대화촉진법이자 상생, 진짜 성장을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현장에서 노사 간 갈등과 분쟁의 상당수는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되는 구조, 다시 말해 원청이 하청에 일을 시키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비상식적 불합리를 해소하면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문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는 게 김 장관의 설명이다. 원청의 외주화 전략과 단가경쟁 중심의 공급망 운영, 인건비 전가 등으로 인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못하는 산업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고 원-하청 간 책임을 명확히 해 노사관계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면 기업의 법적·행정적 리스크도 줄고 이는 원-하청 모두의 경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법 개정은 필연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용우 원내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원내부대표는 “노란봉투법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이미 판례로 확립된 소위 실질적 지배력 법리, 그리고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반영한 것으로 새로운 게 아니다.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가 요구했던 근로자 정의 개정은 반영되지 않았고 재계가 가장 중요하게 요구했던 손해배상책임의 개별화 조항은 삭제됐다. 또 노동쟁의에 대한 정의 조항은 재계 요구를 반영해 지난해 윤석열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보다 완화하는 등 절제된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법안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원청이라도,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하고 싶지 않다면 하청 사업과 하청 노동에 관여하지 않으면 된다.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수긍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담은 게 노란봉투법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위험의 외주로 생명을 위협받는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민생 입법이자 산업재해 예방법이자 대화 촉진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젠 하청 쥐어짜 ‘꿀빨 생각’만 하지 말고 책임도 져서 같이 잘 살아보자는 거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데 대해선 “노란봉투법은 미국의 소위 공동 사용자 법리와 그 취지를 같이한다. 미국 기업인들에겐 이미 익숙한 내용이다. 더구나 이미 한미 FTA 19장에 따르면 당사국들은 1998년 ILO 선언에 표명된 기본권을 국내 법령 또는 관행으로 채택·유지·집행하고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효과적 인정 등 다섯 가지 기본권을 준수하기로 한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한미 FTA 조항에 정확히 부합하며 ILO 또한 ‘법 개정안을 지체 없이 채택할 것을 기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따라서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와 같은 FTA의 취지와 국제 노동 규범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이럴 때 쓰는 말이라는 거다.

이날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회장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면담하면서 “한국이 다국적 기업에 더 매력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선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치·규제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며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가 한국의 아시아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예측가능한 정책과 불합리한 규제 개선 등에 공감하면서 노란봉투법은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법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입법 역시 계획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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