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위험 줄어 안전·신뢰↑” vs “매달 고정비 늘어”
30인→50인→100인…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까지 확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기사내용과 무관한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기사내용과 무관한 사진)

정부와 여당이 ‘퇴직연금 의무화’ 도입을 예고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꺼내든 건 고령화로 국민 노후 보장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지고 기존 퇴직금 제도에 대한 불신과 비효율성이 누적되고 있어서다. 현행 제도인 퇴직금은 근로자가 1년 이상 회사에서 일하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연봉 4800만 원인 직장인이 1년 근무 뒤 퇴직하면 한 달 치 400만 원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퇴직 직전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오래 근속할수록 금액이 커진다.

근로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기업 15년차 직장인 심 모(45·대전 유성구) 씨는 “직전 연봉을 한꺼번에 받으면 인플레이션 영향을 덜 받고 나눠 받는 퇴직연금보다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충남 천안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이 모(35) 씨는 “퇴직할 때 사업장이 영세해 퇴직금을 떼일 뻔한 경험이 있다. 대기업 직원이 아니라면 퇴직금 제도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직전 정부는 지난해 9월 연금개혁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퇴직연금 의무화를 내놓으며 가입률이 낮은 영세 사업장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발표했다. 큰 사업장부터 제도화를 추진하는 하향식 도입이었다. 반면 이재명정부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근거해 이미 시행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30인 이하, 근로복지공단에 납부·비의무)를 토대로 의무화를 추진한다. 내년에는 50인 이하, 2027년에는 100인 이하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상향식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 대상을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등 모든 취업자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전의 한 행정학과 교수는 “이재명정부의 퇴직연금 제도는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운용하는 구조로,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 배당형 상품에 나눠 담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이 도산해도 퇴직금을 떼이지 않는다. 또 기존 퇴직연금은 사업장별 계약형이라 규모가 작고 수익도 낮지만 기금형은 다르다”며 “다만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의무화 법안’이 실제 통과되면 급여의 일정 비율을 강제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시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에서도 시각은 엇갈린다. 충남 아산의 한 제조업 대표(52)는 “영세 사업장은 자금 사정 때문에 퇴직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이 의무화되면 매달 금융기관에 맡기게 돼 체불 위험이 사라지고 근로자도 안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뢰도를 높여 우수 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찬성했다. 반면 대전에서 대형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47) 씨는 “장사는 경기에 따라 들쑥날쑥한데 장사가 안되는 달에도 퇴직연금을 반드시 내야 한다면 자영업자는 버티기 힘들다. 의무화는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