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고용없는성장 벗어날 최적 수준”
국힘 “증세라는 세금폭탄 던진 것과 같아”
내년 예산안 두고 사수와 삭감 대충돌 예상

정부가 향후 5년의 재정운용을 가늠할 수 있는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놨다. 민주당은 회복과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반면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이라 규정하며 깎아내렸다. 다가오는 이달 정기국회에서 치열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예산안은 올해보다 55조 원 가까이 늘어난 728조 원 규모다. 국내외 경제 리스크들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가 재정의 역할을 못해 경제가 망가졌다는 게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이었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내수와 수출 등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만큼 이 같은 확장 재정을 통해 1%대로 주저앉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예산안에 대해 민생을 살리기 위한 재정이라며 이를 위한 최적의 수준이라는 평가다. 우선 여전히 낮은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올해 0.9%에서 내년 1.8%로 소폭 개선하는 수준에 그친다. 취업자 수 증가세도 올해 17만 명에서 내년 11만 명으로 줄어 고용없는 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민주당은 경제의 회복이 소폭이라도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 삶 윤택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며 적극재정 기조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특히 윤석열정부에서 실기한 R&D 예산 감축을 반면교사로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율로 R&D 예산을 편성한 점, AI 3강 진입을 위한 과감한 투자 등에 대해선 극찬했다. 27조 원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 규모에 대해선 “국채발행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의지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사상 유례없는 빚잔치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경북 의성군·청송군·영덕군·울진군)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 예산안에 대해 “국민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해 증세라는 세금폭탄을 던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채무가 2025년 본예산보다 11.2%(142조 원)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를 넘었다. 향후 이재명정부 임기 내 국가채무 2000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주장했다.
100조 원으로 조성한다는 국민성장펀드와 각종 펀드 예산은 ‘깡통펀드’라고 깎아내렸다. 박 의원은 “전 부처 10개에 달하는 모태펀드 총규모가 올해 1조 원에서 내년 2조 원으로 증가했다. 정부 정책 펀드 사업들은 투자 수익률이 민간 벤처캐피탈에 비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어 무턱대고 정책 펀드 규모를 늘리는 건 혈세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미 투자로 약속했던 3500억 달러에 국민연금이 투자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을 연상케 한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지자에 대한 자리 감투 청구서,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과 같은 민주노총청구서, 지지 세력에 대한 예산청구서 이행이 없는지 철저히 찾아내 전액 삭감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