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역사적 뿌리깃든 현장인데
안내판으론 가치 이해하기 어려워
서구, 市에 해설사 상주 공식 건의
배치 확정 시 관광자원 활용 기대

▲ 사진=챗GPT 제작

도시화의 상징인 둔산 신도시 한복판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적은 대전의 역사적 뿌리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그러나 현재의 둔산선사유적지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지 않는 문화재로 남아 있다. 시민 인식과 활용 부재 문제를 두고 대전시와 자치구가 논의에 나섰다.

대전 서구 월평동의 아파트 단지와 상가 사이에 복원된 움집이 자리하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선사시대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이곳은 둔산선사유적지다. 구석기·신석기·청동기시대 유적이 한데 모여 있는 대전 대표 선사문화 현장이지만 현재 현장을 안내할 문화관광해설사는 상시 배치돼 있지 않다. 안내판만으로는 유적의 가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곳은 1991년 둔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견돼 이듬해 대전시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됐다. 발굴 과정에서 구석기 시대의 쌍날찍개와 긁개, 신석기 시대의 움집 자리 15기와 빗살무늬토기, 청동기 시대의 민무늬토기와 석기류가 확인됐다. 현재는 청동기 시대 집자리 세 곳이 복원돼 있으며 학계는 갑천 유역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한다.

하지만 지정 이후의 활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복원된 집자리와 안내판이 유적지의 전부여서 방문객은 단편적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의 생활 차이를 체감하거나 교육적·관광적 경험으로 확장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문화재 관리가 소극적이라는 푸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인식이 그렇다. 인근 주민 김 모(47) 씨는 “움집 모형이 있긴 하지만 그냥 산책길에 놓인 시설물처럼 느껴진다.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은 거의 안 든다”라고 말했다. 도심 속 문화재가 생활 공간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행정의 논의 테이블로 올라왔다. 지난달 28일 중구청에서 열린 제14회 시·구정책조정간담회에서 서구가 둔산선사유적지 문화관광해설사 배치를 건의하면서다. 시와 자치구가 함께 다루는 협력과제로 채택되면서 문화관광해설사 부재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공식화된 셈이다. 구 관계자는 “현재는 공모사업을 통해 연 14회 정도 문화관광해설사가 운영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연중 상주를 원한다. 배치는 시 문화관광해설사 배치 심사위원회 결정 사항이라 공문을 보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화관광해설사 상주 및 배치가 시대별 유물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연계될 경우 둔산선사유적지는 교육 현장과 관광 자원으로 변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전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시가 구의 건의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 관계자는 “문화관광해설사 배치 심사위원회를 매년 연초에 열어 관광 자원 현황과 수요, 대기 공간 확보 여부를 검토한다. 둔산선사유적지 배치 여부는 내년 1월 심사위원회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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