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평균기온 25.7도…충남권 25.9도 1위
이례적 이른 더위에 ‘열돔 현상’까지 더해져

▲ 2025년 여름철 고온 원인 모식도. 기상청 제공

2025년이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의 타이틀 홀더로 등극했다. 지난해 기록을 갈아치우면서다. 올여름엔 이례적으로 이른 더위가 찾아왔고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합작으로 ‘열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록적인 폭염을 완성했다. 또 어김없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이 수해로 멍들었다. 비가 내린 날은 적었지만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퍼붓는 집중호우의 특성이 두드러졌다.

◆역대급, 기록적인 폭염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해(25.6도)보다 0.1도 높았다. 1년 만에 기록 경신이 이뤄진 거다. 평년보단 2도나 높은 수준이다. 평균 최고기온도 30.7도로 역시 역대 1위이고 평균 최저기온은 21.5도로 지난해(21.7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례적으로 빨리 찾아온 더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마철 이후인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패턴과 달리 올해는 한 달가량 일찍 더위가 찾아왔다.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2주간 7월 4일을 제외하곤 매일 일평균기온이 역대 1위를 찍었다. 7월 8일엔 경기도 일부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돌파하기도 했다. 열대야도 일찍 나타났다. 대전(6월 19일)을 비롯해 전국 21개 기상관측지점에서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기록됐다.

6월 말 이른 더위가 나타난 건 열대 서태평양의 활발한 대류 활동과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우리나라로 세력을 확장한 데 따른 것이고 7월 하순부턴 티베트고기압의 영향도 더해지면서 기온이 더욱 상승했다. 두 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어버리면서 열돔 현상, 즉 지표면에서 데워진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돔에 갇힌 것처럼 열기가 축적돼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올여름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는 23.8도로 지난해(24도)에 이어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높았다.

이런 영향으로 7월과 8월엔 밤낮으로 무더위가 지속됐다. 특히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일평균기온은 매일 역대 1∼2위를 기록했다. 더위가 그치는 ‘처서의 마법’도 올여름엔 나타났지 않았다. 8월 하순 전국 평균기온은 27.8도로 평년보다 3.9도나 높아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올여름 전국 폭염일수는 28.1일로 평년 대비 17.5일 많았다. 2018년 31일, 1994년 28.5일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남부지방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20개 지점(구미·전주·강릉 등)에서 관측이래 가장 많은 폭염일수를 기록했고 대관령에선 1971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발생했다.

열대야일수는 15.5일로 평년보다 9일 많았다. 2024년 20.2일, 2018년 16.5일, 1994년 16.5일에 이어 역대 4위다. 특히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평년(12.5일) 대비 3.5배가 넘는 46일로 역대 1위였던 지난해(39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전과 세종을 포함한 충남권의 올여름 평균기온 역시 평년보다 1.8도 높은 25.9도로 역대 1위(2024년 25.8도) 기록을 경신했다. 평균 최고기온은 30.9도로 1994년(31.2도)에 이어 2위, 평균 최저기온은 21.7도로 역대 1위다. 폭염일수는 27.3일로 평년보다 17.2일 많았다. 2018년 32.8일, 1994년 32일에 이어 역대 3위다. 열대야일수는 16일로 평년보다 9.9일 많았다. 2024년 21.6일, 1994년 19.5일, 2018년 17.2일에 이어 역대 4위다.

◆국지성 집중호우 경향 뚜렷

올여름 전국 일수일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 적었고 강수량은 619.7㎜로 평년(727.3㎜)의 약 85% 수준을 보였다. 장마가 일찍 시작한 대신 매우 짧게 끝난 탓이다. 올여름 장마는 제주에서 6월 12일, 중부와 남부지방은 6월 19일 시작했고 평년보다 각 7일, 6일, 4일 빠르게 종료됐다. 기간도 짧고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오가며 장맛비가 내리기보다 6월 20∼21일, 7월 중순 한두 차례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올 장마철 강수량은 200.5㎜로 평년(356.7㎜)의 55% 수준에 머물렀다. 장마철 강수일수 역시 8.8일로 평년(17.3일)의 절반 수준, 역대 네 번째로 적었다.

4월 19일 이후 기상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강원영동지방은 강수량이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이었다. 강수일수도 24.7일로 평년보다 18.3일 적어 여름철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가장 적었다. 이 지역의 경우 태백산맥으로 인한 지형효과로 강수량이 더욱 적었고 여름 내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 계열의 바람이 불지 않아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

올여름 강수가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은 뚜렷했다. 특히 7월 중순과 8월 전반엔 기록적인 호우가 내렸다.

7월 16∼20일, 중위도 파동 강화로 인한 상층 찬 공기를 동반한 기압골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아 전국적으로 200∼700㎜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고 충남 서산과 경남 산청 등에선 1시간최다강수량이 100㎜를 넘었다. 또 8월 3∼4일에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충청이남에, 9∼14일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고온 다습한 공기와 상층 기압골에 동반된 찬 공기 사이에서 형성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수도권, 강원영서, 남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을 포함해 올여름 시간당 100㎜이상 비가 쏟아진 건 7월 17일 서산·산청을 비롯해 8월 3일 전남 함평(147.5㎜)·무안(122㎜) 등 13번이다.

올여름 충남권 강수일수는 27.8일로 평년보다 10일 적었지만 강수량은 711.8㎜로 평년(719.2㎜)과 비슷했다. 장마기간 강수일수는 12.8일로 평년(17.4일)보다 적었지만 강수량은 503.8㎜로 평년(353.9㎜) 대비 142.4% 많은 수준을 보였다. 7월 17일 서산에선 1시간에 114.9㎜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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