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됐고, 2022년엔 정당법 개정으로 정당의 당원과 발기인이 될 수 있는 연령이 ‘18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하향됐다. 타성의 진열장을 뚫고 고등학생들이 당당히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써 우리 민주주의가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관련한 교사들의 언동은 옴짝달싹 못하게 막혀 있어 참정권 교육은 봉인 상태다.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정치 운동이나 집단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테면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교육기본법 제14조 등으로 정치적 중립을 엄중하게 강제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에 따른 공직선거 출마, 정치자금 후원, 특정 정당·정치인 지지 표현, 정치적 신념을 반영한 교육활동 등이 제한된다.
교사는 어떤 식으로든 학생들에게 편향된 사고를 주입해선 안 된다는 건 정서를 넘어 상식이다. 헌법재판소가 교원의 정치 활동 제한을 합헌으로 본 주된 이유다. 그렇다고 특정 정치인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조차 징계 사유인 것은 정치 행위를 잘못 해석한 시대착오적인 난센스지 싶다. 헌법에서 말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권력에 교육이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지 교사들의 정치 활동 일체에 재갈을 물린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주장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최소한 교육활동 외의 영역에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교사단체들의 요구가 마침내 전류를 탔다. 정부가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대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교사의 정치적 권리 보장의 중요성에 힘을 실으면서 기약 없던 미래시제가 현재시제가 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여건이 숙성된 것은 맞지만 허용 범위가 인화성 있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공무담임권 보장과 정치적 의사 표현 자유 확대를 바탕으로 선거 입후보·휴직 허용, 정치후원금 기부 등을 단계적 확장 방식으로 추진하자는 입장이고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학교 밖 정치 자유를 기반으로 정치기본권 전면 허용을,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원의 노동권을 포함해 공무 외 공간에서 정치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맵시 있게 가르마를 타기엔 양팔 간격이 넓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대 논의가 본격화하면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표준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견해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교육 현장의 수용성이 달린 문제다. 교육활동 중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이래야 교원의 특수성에 부합한다. 국민적 저항이 클 수 있는 만큼 인정 욕구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