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대미투자 ‘안전지렛대’로 李대통령 공개요구
환율·금리 안정, ‘Buy 충청’ 등 산업투자↑…철강은 예외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가 지연 중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원-달러 무제한·무기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합의될 경우 지역경제에 막대한 이득이 있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19일)를 통해 “통화스와프 없이 우리가 미국에 현금으로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투자한다면 1997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일본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의 두 배 이상을 보유 중이고 미국과 통화 스와프도 체결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건 지난 7월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 합의됐으나 미국이 주장하는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이 지나치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부품 15%,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를 제공하는 대신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중 ‘마스가(MASGA)’를 제외한 나머지 2000억 달러를 자국이 정한 전략산업에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또 투자금도 대출·보증이 아닌 직접 투자를 원하고 있고 투자금 회수 전까지는 한국이 수익의 90%를 돌려받지만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구조까지 압박하는 상황이다. 대전의 한 경제학 A 교수는 “외환보유액의 84%를 직접 투자하라는 것은 외환 위기를 감수하라는 것과 매한가지다. 더구나 조지아주 합작 공장 건설을 위한 우리 국민을 비자 문제로 체포하면서 미국의 요구 사항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불확실성이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다시 조달하려면 10억 달러당 약 10원의 환율이 인상되는 것으로 단순 분석된다. 즉, 외환 위기를 버텨내더라도 국가 채무 급증과 국가는 물론 공기관과 공기업, 사기업들의 신용도 대하락이 불가피하다. A 교수는 “통화스와프 체결 권한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있다. 무제한 협정국이 일본·캐나다·영국·유로존·스위스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한국까지 추가되면 달러 관리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연준이 동의할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실화될 경우 충청경제에 막대한 이득이 예상된다. 지역 무역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환율 안정 효과가 크다. 환율이 급등락하지 않으면서 수출입 기업들이 부담하는 환헤지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또 정부와 기업이 달러 방어를 위해 금리를 억지로 올릴 필요가 없어져서 국채금리와 기업대출금리가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금리 하향 안정세’가 나타나 지역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남 중소기업계 관계자도 “환율과 금리가 안정되면 기업들이 코스닥이나 해외 금융시장에서 더 쉽게 자금을 끌어올 수 있고 이는 곧 투자 활성화로 이어진다. ‘Buy 충청’ 같은 지역 투자에 더 높은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철강 업계엔 부담이다. 대전의 한 무역학 교수는 “미국이 자국의 자동차와 조선 생산능력을 키우려는 것에는 철강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목적도 있다”며 “철강업 만큼은 안보 산업군 중 직접 경쟁 대상이기 때문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에 구조조정이나 생산감축 요구안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