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사고는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단골 사고다. 노후 콘크리트 맨홀 뚜껑이 균열되면서 발생하기도 하고 관리 소홀로 인해 맨홀 뚜껑이 열린 채 방치, 지나던 시민이 빠져 인명 피해를 주기 일쑤다. 지난 2023년 말 부산에서 콘크리트 맨홀이 무너져 20대 행인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콘크리트 맨홀 뚜껑은 제작 설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등의 이유로 2000년대 초반 많이 설치됐다. 그러나 충격에 약하고 하수 속 가스 등으로 인한 부식으로 노후화가 빨리 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실제 도로 곳곳에서 콘크리트 맨홀이 금이 가거나 노후 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큰 콘크리트 맨홀 뚜껑을 철제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관광도시답게 2500여 개의 맨홀 뚜껑을 철제 뚜껑으로 전면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정부 들어 안전 문제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다른 자치단체들도 맨홀 뚜껑 교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대전의 자치구들은 중구를 제외하곤 맨홀 뚜껑 교체 작업이 하세월이다. 중구는 지난해 1억 900만원, 올해 1억 5100만여 원을 들여 전체 478개 중 417개를 교체했다. 교체율이 87%에 이른다. 나머지도 올해 하수도 긴급수선공사를 통해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자치구들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가장 많은 콘크리트 맨홀을 보유한 유성구의 경우 전체 3752개 중 지난달까지 177개를 교체했을 뿐이다. 동구는 전체 1136개 콘크리트 맨홀 중 매년 약 300개 교체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고, 서구 역시 매년 300개씩 순차적으로 바꾸는 중이어서 교체 작업이 더디기만 하다.
이들 자치구들은 콘크리트 맨홀 뚜껑 교체 작업이 늦어지는 이유를 예산 탓으로 돌리고 있다. 중구의 사례를 통해 단순 계산해보면 맨홀 뚜껑 100개를 교체하는 데 약 6000만 원이 소요됐다. 유성구의 경우 3700개를 교체하려면 23억여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열악한 자치구의 재정 형편 상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민 안전을 고려한다면 시급을 요하지 않는 다른 사업은 늦추더라도 노후한 콘크리트 맨홀 뚜껑 교체는 서둘러야 한다. 아직도 성한 보도블록이 이유도 없이 교체되는 등 그동안 자치구의 우선 사업 순위는 들쭉날쭉했던 게 사실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재정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맨홀의 관리 주체가 다른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대전시가 컨트롤할 수 있도록 조례 등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