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밴드 플라원 기타리스트

K-POP으로 전 세계가 달궈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즈’의 개봉으로 꼭대기인 줄 알았던 인기가 하늘 높이 수직상승 중이다. 개봉 직후 26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넷플릭스 누적 시청 수 2억 6600만 회로 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일찍이 바다 건너 일본은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으로, 옆 나라 중국은 중국 무술 ‘쿵후’와 대표 동물인 ‘판다’를 주인공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로 영화관에 일찍이 걸렸지만, 후발주자인 ‘케이팝 데몬헌터즈’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빌보드 상위 차트는 실제로 K-POP 작곡가들이 참여한 케이팝 데몬헌터즈 OST가 1위이고, 그 뒤를 이어 스트레이키즈, 몬스터엑스, 에스파. 국내 K-POP 아티스트들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듣는다는 의미이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우리도 글로벌 아티스트 드레이크, 빌리 아일리시, 저스틴 비버 등등. 힙합과 R/B 아티스트 음악을 많이 찾아서 듣고, 그들의 내한 공연을 기다리기도 하는 것처럼. 빌보드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하고, 글로벌 아티스트의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컨트리 음악’ 장르의 음반 판매와 소비가 가장 꾸준하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가 아는 대표 컨트리 장르 아티스트로 테일러 스위프트가 있다.
많은 사람이 생소하게 느꼈을 ‘컨트리 음악’은 우리나라 정서에 비유하면 포크 음악이 활발했던 ‘7080 음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자동차 안 라디오에서, 계절마다 나이를 먹어가며 새롭게 들리는 가사에 가슴이 저릿해지는, 언젠가 한 소절은 들어봤음직한, 오랫동안 많은 사랑으로 리메이크가 되어 불리는 진정한 로컬 K-POP. 오늘은 7080 음악을 추천해 보고자 한다.
▲김세환 – 사랑하는 마음
제목부터 잔잔하게 사랑이 밀려오는 듯한 제목. ‘사랑의 눈길보다 정다운 건 없을걸’ 가사만 봐도 예쁘고 순수한 단어들이 모여 있다. 가사만 보면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듯한 반듯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김세환의 꾸밈없고 낭랑한 목소리가 더해져 멜로디와 곡 분위기에 사랑 가득함이 느껴진다.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라고 직설적으로 말해도 김세환의 목소리 때문인지 부드럽게 들린다. 사랑하는 누구에게 들려줘도 진심이 전달될 듯한 노래.
▲김광석 – 서른즈음에
‘서른즈음에’ 원곡자는 가수이자 전 KBS 음악감독 ‘강승원’이다. 노영심의 <작은음악회> 마지막 방송에 강승원이 ‘서른즈음에’를 불렀고, 김광석이 이 노래를 듣고 “형 나 이 노래 줘요”라고 하며 돈뭉치를 가져왔는데, 강승원이 “그냥 가져라”라고 해서 김광석이 부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모래사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바닷속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오늘이 지는 아쉬움과 내일이 온다는 두려움과 설렘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처럼, 서른즈음에 누구나 떠오르는 감정들을 수묵화로 덤덤하게 그려낸 듯한 노래다.
▲양희은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이 노래를 어렸을 적에 들었으면, 그냥 ‘슬픈 노래’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나이를 먹고 한해가 지나면서 양희은 선생님 특유의 고요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목소리와 분위기를 알게 되었다. 사는 동안 누군가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지만 나는 도무지 이별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너무 힘들 때는 만남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돌아가 자책하며 힘들어하기도 하는데, “사람을 사랑하는 그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라는 노래 소절을 들으니 소용돌이치는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만나고 이별하고 사랑하는 일은 쓸쓸한 일이라고.
▲송창식 - 담배가게 아가씨
독특한 가창력과 색채가 짙은 노래를 작곡해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송창식. 반달눈을 하고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을 가진 송창식. 폭발적인 성량과 장난기 어린 라이브 공연을 보면 음악 활동 시절, 기타와 이집 저집 옮겨 다니며 자거나,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과거의 그늘은 상상 속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동네에 예쁜 ‘담배가게 아가씨’를 차지하기 위한 남자들의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담은 노래. 윤도현, 정엽 그리고 오디션프로그램까지 많은 가수들이 다양한 매력을 담아 불러 언제 들어도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저자인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사과’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빨간 것, 단 것, 신 것, 큰 것(중략). ‘사과’라는 말을 사용하는 순간 다양한 요소를 놓치게 된다고. 한글은 미묘하게 결이 다르게 보이는 ‘파란색’을 푸른색, 청색, 쪽빛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음악의 방향을 쥐고 있는 K-POP은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의 미묘함을 캐치하여 음악과 춤 퍼포먼스에 녹여 공감을 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동안 줄곧 들었던 가요에서 느꼈던 감정처럼. 마음에 닿았던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기 좋은 요즘. 여러분들의 K-POP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