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개편, 피드·숏폼 강화에 사생활 노출 논란
피로감·허탈감 피해왔는데…유료 협업툴·텔레그램으로 이동 조짐

사진= 카카오톡
사진= 카카오톡

직장인들이 업무용 단톡방을 옮기는 것을 고민 중이다.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며 사생활 민감도가 높은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자 거부감이 커져서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메이트 서비스 ‘카나나’와 오픈AI의 챗GPT를 카카오톡에 접목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톡 비즈 점유 시간을 에이전틱 AI(자율판단·행동) 생태계로 전환해 만회하겠다는 구상이다. 카나나 기능 중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이용자가 질문하지 않아도 대화 맥락에 따라 선제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일정 관리, 예약, 구매, 지식 검색 등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직접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모델 ‘카나나 나노’가 사용되며 대화나 통화 데이터는 별도로 저장되거나 학습되지 않는다. 또 ‘카나나 검색’은 별도 앱이나 브라우저를 열지 않고 카톡 대화창에서 곧바로 검색하고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 오픈AI의 챗GPT-5도 카카오톡에 탑재돼 내달부터는 별도 앱 없이 채팅 탭에서 활용 가능하다.

방송제작자 김 모(47·대전) 씨는 “촬영·편집·작가 등 전문 그룹과 협업을 단체톡에서 진행하는데 AI가 일정 관리와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을 보조해준다면 효율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도 상당하다. 새시 제조업체 관계자는 “AI가 카톡에까지 들어오는 건 불필요하다. 대화 맥락을 읽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게 부담스럽고 업무 의욕과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데이터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말도 믿기 어렵다”며 사용을 꺼려했다.

직장인들이 특히 반발하는 건 ‘톡 피드’와 ‘숏폼 영상’이다. SNS식 사생활 노출 기능 강화로 피로감과 허탈감이 번지고 있는 와중이라서다. 대전의 한 경영학 A 교수는 “카톡 이용자는 4819만 명으로 타 플랫폼보다 압도적이지만 지난달 평균 체류 시간은 11시간 25분으로 엑스(14시간 58분)에 비해 낮다”며 “광고 매출을 지키기 위해 피드·숏폼에 AI를 얹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편 이후 카톡 첫 화면에는 지인의 피드가 전면 노출된다. 협업툴로 사용하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사생활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사의 계모임, 전 연인의 결혼 소식을 내가 왜 봐야 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진다. 의료영업직인 강 모(43·충남) 씨는 “내 사생활이 업무 관계자에게 노출되는 것도 그들의 경조사를 억지로 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다른 SNS는 끊었는데 카카오톡마저 지저분해졌다”고 말했다 인쇄출판업에서 일하는 심 모(35·세종) 씨는 “카카오톡으로 많은 업무 협의가 이뤄져 업무 공간으로 오랫동안 사용해왔는데 카카오가 판단 실수했다”며 “우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처럼 유료 협력툴을 사용할 수는 없어서 텔레그램에 업무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A 교수는 “지인 네트워크 기반 특성상 피드와 숏폼은 상업적 홍보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중이 원하는 건 안정적 대화와 협업툴인데 이번 개편은 경영전략의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편 나흘 만에 카카오 시가총액은 3조 5000억 원이 증발했다. 카카오톡 측은 “이용자 반응과 피드백을 면밀히 듣고 개선 방안을 적극 논의 중”이라며 추가 개편을 예고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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