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주요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국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화재로 정부 24, 국민비서, 인터넷우체국, 온나라시스템 등 가동이 멈춘 정부 업무가 647개에 달했다. 긴급 복구가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 회복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9일 “현재 46개 서비스가 정상화됐으며 매 시간 복구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업무시스템이 언제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대전 본원 외 지역 분원에 데이터 백업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이를 가동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데이터 백업 뿐 아니라 컴퓨팅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장비와 설비들이 대전 분원 외 다른 곳에서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산망 ‘이중화’ 미비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유사사태를 대비해 물리적으로 분리된 곳에 똑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놔야 하는데 이를 간과했다. 이런 허술한 관리가 세계에 자랑하던 대한민국의 온라인 행정서비스를 한순간에 멈춰서게 한 것이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은 이미 지난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와 2023년 정부의 행정 전산망 문제 때 경고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정부 민원 서비스 ‘정부24’를 비롯 경찰청 문자 시스템, 조달청 나라장터 등이 잇따라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져 정부가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정부의 안일함을 이번 사태의 최대 원인으로 꼽는 이유다.
전산망 이중화 미비 뿐 아니라 허술한 관리도 도마 위에 올려야 한다. 현재 화재의 원인이 리튬 배터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배터리와 전산 장비의 거리가 60㎝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인화성 장비를 최소 90㎝ 이상 거리를 두고 열 차단막까지 설치하는데 우리는 허술했다. 이와 함께 내구연한이 10년인 리튬 배터리 관리도 부실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그동안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며 공공 정보시스템을 확대하고 서비스 안정성과 재난 복구 능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세계에 자랑하던 IT 강국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말았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산망 이중화를 서두르고 허술했던 관리 대책도 빈틈없이 만들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IT 강국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