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찜찜한 신호가 또 잡혔다. 4년 반 동안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은 아동·청소년들의 수가 220만 명을 넘는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심약해서인지 감내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감염돼서인지 가려 말하지는 못해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심지어 유아기에서도 항정신병약·항우울제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마음의 병이 점차 저연령화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고발 아니겠는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아동·청소년 약물 처방 현황(2021∼2024년)에 따르면 초등학생 남아의 항정신병약 환자는 2021년 2만 5614명에서 2024년 5만 1584명으로 약 2배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여아 역시 6580명에서 1만 4533명으로 2.21배 늘었다. 7∼12세 전체 아동의 항정신병약·항우울제 환자는 각각 3만 2000여 명에서 6만 6000여 명, 1만 8000여 명에서 3만 8000여 명으로 모두 두 배 이상 증가해 예사롭지 않은 현상임을 실토했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여학생의 항우울제 처방 인원은 2021년 3만 3864명에서 2024년 5만 9282명으로 75%, 항불안제 처방도 4만 5899명에서 5만 6622명으로 23% 늘었다. 같은 기간 남학생의 항우울제 처방은 2만 2981명에서 3만 9220명으로 약 71%, 항불안제는 3004명에서 3399명으로 13% 증가했다. 여학생 환자가 훨씬 많지만, 우상향 그래프는 비슷하다.
유아기 항정신병약 환자는 남아가 4822명에서 8428명으로 1.75배, 여아는 1205명에서 2249명으로 1.9배 증가했고 항우울제 처방도 소폭 늘었다. 수면제 처방이 남아 21%, 여아 19% 감소한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여전히 수만 명 규모가 유지되고 있어 영유아기 약물 의존 문제 또한 적지 않다고 서 의원실은 짚었다.
병인을 요약하긴 어려워도 미뤄 짐작할만한 단서로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10대 환자 급증을 들 수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안 장애로 진료받은 10∼19세 환자는 4만 1611명으로 2020년 2만 5192명 대비 65%, 10세 미만 환자도 2020년 2311명에서 지난해 4336명으로 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불안 장애 진료 환자가 2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소아·청소년 환자의 급증세가 두드러진다.
그것이 학업 스트레스이든, 대인관계이든, 부모와의 갈등이든 여물지 않은 가슴에 멍울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우울과 불안을 덜어낼 수 있도록 발달 단계에 맞는 심리상담 지원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정부가 아동 정신 건강 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