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영업사원들, 수술방 상시 출입”
병원 측 ‘증인 위치상 증언 신뢰성 의문’

국민연대, 국민생명 안전네트워크,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대리·유령수술 의혹에 휩싸인 한 병원 원장에 대한 7차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시민단체 제공
국민연대, 국민생명 안전네트워크,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대리·유령수술 의혹에 휩싸인 한 병원 원장에 대한 7차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시민단체 제공

최근 MBC 프로그램 ‘히든아이’에서 성형수술 중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 사건이 방송되면서 대리·유령수술의 실태가 다시 사회적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대리·유령수술 의혹에 휩싸인 한 병원의 원장에 대한 7차 공판이 열렸다.

이번 7차 공판에서는 순환간호사로 근무했던 김미영(가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충격적인 증언을 내놨다. 2021년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간 이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김 씨는 당시 대리수술에 대해 “수술실 밖에서 일부 영업사원들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라도 따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며 당시 8~9명의 영업사원이 매일 출근해 수술방에 상시 출입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단순히 기기를 설치하거나 기술적인 자문을 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수술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설명도 했다. 김 씨는 특히 인공관절 수술 과정에서 절삭, 벌림, 임플란트 삽입, 망치질 등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핵심 시술을 영업사원이 직접 수행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순환간호사의 증언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해당 병원 측 대리인 변호사는 “증인은 순환간호사로서 수술 전체 과정을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전 과정을 본 것처럼 진술하고 있다”며 증언의 신뢰성에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재판은 특정 병원과 의사의 문제를 넘어, 의료계 전반에 만연한 불법 수술 관행을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라는 더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한편 오는 12월 15일 오전 11시 열리는 8차 공판에서는 또 다른 증인이 추가로 출석할 예정이며 그가 다시 한 번 충격적인 증언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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