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시인·아동청소년문학작가
진통제는 늘 억울했다
사기는 아니지만
먹을 때뿐이라는 하소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진통제는 사람들에게 따졌다
슬픔과 고통에는 지름길이 없는데
당신들 하는 짓이 그게 뭐냐고
당신도 아프면 견디지 못하고
술 도박 마약 불륜에 빠지는데
그건 인생의 진통제 아니냐고
지금까지 진통제 안 먹고 견디는 사람
한 사람도 못 봤다고.
시는 짧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진통제는 먹을 때뿐이라는 사람들 말에 진통제가 따지고 든다. 사실 인간의 슬픔과 고통에는 지름길이 없다. 그것이 우리 마음에서 빠져나가기까지 견디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흔히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그것을 맨정신으로 견디지 못하고, 술을 마시거나, 도박에 빠지거나, 마약을 하고, 불륜을 저지른다. 인생이 아플 때 그것을 맨정신으로 직시하며 견디지 못하고, 잊기 위해 회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맞는 진통제가 이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의 마지막 구절이 아프게 와 닿는다. “지금까지 진통제 안 먹고 견디는 사람/ 한 사람도 못 봤다고”
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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