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교육연구소장

남에게 상처 주는 감정은 무엇일까?
사람의 감정 중에는 기쁨·슬픔·두려움 같이 자기 자신에만 그 영향을 미치는 감정이 있는가 하면 분노와 욕망처럼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남과 사회까지 그 해악(害惡)을 끼치는 감정이 있지요. 묻지마살인 범죄, 성폭력 범죄 심지어 형제·부모를 죽이는 패륜적 범죄 등 모든 범죄의 원인은 한결같이 분노와 욕망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조선시대 현군의 자질을 지녔던 연산군이 하루아침에 폭군으로 변한 것은 생모 폐비 윤 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분노의 감정은 자신의 파멸은 물론이고 남과 사회까지 엄청난 해악을 끼치니 다스리고 절제해야 할 감정이라 하겠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일어나는 분노를 막을 수는 없어도 이성으로 다스리고 절제 할 수 있지요.
‘징분질욕(懲忿窒慾)’이라 했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에 의해 분노가 일어나거든 불을 끄는 것처럼 가라앉히고 욕망이 고개를 쳐들거든 물구멍 막듯이 막으라 했지요. 분노의 감정이 일어났을 때 ‘내가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 하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급선무지요. 그러나 대체로 자신의 분노 감정에 빠지다 보면 이성을 잃고 순간적 분풀이를 하게 되는데 그 순간은 분이 풀릴지는 몰라도 그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후유증을 불러오지요.
벌이 침을 쏘아 상대를 공격하지만, 그로 인해 그 벌은 죽고 맙니다. ‘그대가 분노를 제압하지 못하면 분노가 그대를 멸한다’ 하였습니다. 화풀이를 하여야 할 때는 뒷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그럴 수 없다면 무조건 그 분노의 순간을 피하는 것이 화를 막는 상책이지요. 실제로 인간은 화가 날 때는 순간적으로 욱하면서 분노 호르몬이 급상승하는데 이 분노 호르몬은 15초가 되면 정점을 찍고 분해되기 시작해서 15분이 지나면 분노 호르몬은 거의 사라진다 하지요. 그러므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무조건 15초만 참아 보시기를, 화를 참는 방법으로 하나 둘 셋하고 숫자를 세거나 심호흡을 하거나, 손발로 딴짓을 하면서 의식적으로 그 순간을 피해 보는 것이지요.
분노 감정은 오행에서 목(木) 기운에 해당되고 우리 몸의 눈, 간, 담, 췌장과 연관되므로 화를 내는 것은 건강상으로도 아주 나쁘지요. 그러므로 평소에 화를 잘 다스리는 힘을 길러 놓아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명상 호흡 수련을 강력 추천합니다.
불취외상(不取外相) 자심반조(自心返照)라 했습니다. ‘바깥모습을 취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보라.’ 즉 ‘분노의 원인을 어떤 상황이나 상대에게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에서 찾으라’는 것이지요.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이켜 보라’ 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나 상대에 의해 화가 날 때는 누구나 상대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일어나지요. 분노의 원인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 이기에 그 원인은 어느 정도 내 자신에게도 있을 수 있지요. 그러므로 내 자신의 잘못은 없는지를 살펴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너그러움이 필요하지요.
분노는 덕을 쌓는 데 있어서 금해야 할 감정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기에 필요악(必要惡)이기도 하지요. 상황을 수습하거나 상대를 선도하기 위한 이성적 분노, 학동들의 훈도를 위한 회초리 분노, 4.19혁명 같이 정의를 위한 민중 분노, 이등박문을 향한 안중근 의사의 총구 분노, 이러한 분노는 필요한 분노로서 필요악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정치지도자나 정치집단의 정치적 야욕,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한 분노는 사회 분열을 일으키는 악의 분노라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노할 때 분노할 줄 알고,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용기와 지혜 그리고 참지 못할 화풀이, 15초만 참아 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