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배터리 지하로 옮기다 불꽃 튀면서 화재 발생 추정
이재용 원장 “제도적으로 취약 부분 있어… 고칠 것”

지난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배터리 이설과 관련해 당시 국정자원에선 관련 매뉴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배터리는 리튬배터리였는데 과열 및 발화의 위험이 커 더욱 신중하게 다룰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국정자원장은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체의 선정, 계약의 조건, 입찰의 방법 등 면에서 배터리 이설공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부분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정자원 화재는 외주 업체 직원들이 5층 7-1전산실에 있던 리튬배터리를 지하 공간으로 옮기는 작업 과정에서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배터리는 높은 밀도로 인해 효율성이 좋아 많이 이용되지만 발화가 시작되면 진화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항공기 등 기내에선 관련 제품 반입을 금지할 정도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크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함께 이설작업 전에 배터리 충전량을 낮췄는지, 연결된 케이블 전원을 차단했는지, 작업에 투입된 업체나 직원의 자격이 적절했는지 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배터리 이설업체로 선정된 업체의 경우 대부분 자격 취득이 1년이 안 된 초급기술자 위주로 돼 업계 경험이 별로 없다. 국가계약법상 경험 있는 업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경쟁입찰을 할 수 있지만 국정자원은 일반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당시 감리업무 일지를 근거로 “일반적인 내용만 기술돼 있고 배터리 충전량을 확인해야 한다든가, 선반 별로 전원을 차단한다든가 이런 사전 조치 내용이 아무것도 기록이 되지 않았다. 이설공사가 규정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복기해 보면 있는 배터리를 옮기는 작업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나, 인식상으로 취약했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매뉴얼 부재를 시인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국민께 큰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가 정보시스템 장애와 관련해 재발방지 대책과 시스템 관리체계 재설계 방안 등을 관계기관과 함께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