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이 내달부터 은산·외산·홍산·임천·석성 등 5개 보건지소의 진료 업무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급감이라는 전국적 위기 속에서 한정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현재 부여군에는 7명의 공보의가 근무 중인데 내년 복무 만료로 4명이 전역하면 실제 근무 인력은 3명만 남게 된다. 그동안 군은 민간 의료진인 관리 의사를 채용해 공백을 메워왔지만 최근 의료계 파업 해소로 이들 상당수가 병원으로 복귀하면서 인력난은 더욱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공보의 부족으로 보건소와 보건지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부여군만이 아니다. 특히 민간의료시설의 혜택이 부족해 주민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읍면동 지역 보건지소의 인력난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공보의 배치 대상 보건지소는 지난해 1223곳에서 올해 1234곳으로 늘었으나 실제로 배치된 곳은 665곳에서 496곳으로 확 줄었다. 보건지소 2곳 중 한 곳에는 공보의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공보의가 배치되지 못한 보건지소 738곳 중 532곳에는 공보의가 순회 진료를 하고 있다. 또 78곳은 기간제 의사, 원격 협진 등을 통해 겨우 운영은 하고 있지만 128곳은 아예 의과 진료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도의 경우 150곳의 보건지소에서 현재 근무하는 공보의는 54명(치과한의과 제외)에 불과해 95곳은 의사 없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23년 105명이었던 보건지소 의사 수는 2024년 75명으로 줄었고 올해 7월말 현재 54명만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지난 2023년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국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학생과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139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42명(74.7%)이 현역 입대 의사를 밝혔다.
현역 입대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장기간 복무에 대한 부담(98.2%)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보의는 군사교육 소집 기간 1개월을 더해 의무 복무 기간이 3년으로 총 37개월을 복무해야 하는 반면 현역으로 가면 육군의 경우 18개월만 복무하면 되기 때문이다.
공보의가 없어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의 의료 공백이 심각해지고 있다면 문제다. 각 지자체별로 시니어 의사 채용지원 사업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국가 차원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공보의 복무 기간 조정과 처우 개선 등 국방과 보건의료 등 전 분야에 걸친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