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다가구주택 상세주소 부여
전세사기 없는 도시구축 나섰지만
위험징후 사전에 걸러내기 어려워
중개사 확인권 강화대책 마련 시급

▲ 사진=챗GPT 제작

대전시가 다가구·다중주택의 상세주소 부여를 확대하며 전세사기 예방에 나섰다. 세입자의 주거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 조치지만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의 행정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가 공인중개사의 확인 권한을 강화하는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집이 있어도 동·층·호가 없는 주소 탓에 등기부 등본으로 실거주 세대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적 취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가구·다중주택의 상세주소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전세사기 없는 도시’ 기반을 구축한다는 게 목표다. 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관내 다가구·다중주택 8612동 중 상당수는 여전히 동·층·호 정보가 없는 상태다. 시는 지난해 1430동에 대해 상세주소를 새로 부여했고 올해 1761동, 내년 2750동, 2027년 2671동 등 단계별로 확대하는 방안을 세웠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다가구·다중주택이 개별 세대 단위 주소를 갖추게 된다.

시는 불법 가구분할이나 내부 구조 변경 등 현장 점검의 구조적인 제약점도 보완하기로 했다. 현재는 건축물 내부 확인이 어렵고 단속 인력이 부족해 불법 분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시는 전기 계량기 수와 건축행정시스템을 연동해 세대별 실사용 여부를 자동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검토 중이다. 시는 이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 건의 과제로 전달하고 이와 맞물려 상세주소 미부여 가구에 대한 직권 부여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주소 등록이 지연되는 사각지대를 행정이 직접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자치단체의 행정적 조치만으로는 효과가 한정적이라고 우려가 나온다. 물론 자치단체 차원의 상세주소 부여는 세입자로 하여금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하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전세사기의 구조적 원인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상세주소 부여 등 자치단체의 행정적 대책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나서 임대차 거래의 최전선에 있는 공인중개사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그래서 힘을 얻는다. 현재는 공인중개사가 등기부 등본 외에 세대 전입정보나 확정일자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위험 징후를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유석 대전과학기술대학교 부동산재테크과 교수는 “상세주소 부여도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보다 실질적인 예방책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공인중개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데 있다. 확정일자, 전입세대 확인 등 기본 정보를 공인중개사가 직접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책임만 지우는 구조에서 벗어나 확인 권한을 강화해야 현장 대응력이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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