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인생의 시계는 단 한 번 멈춘다. 그러나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 중 최고의 시간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더없는 행복이리라. 미안하지만 내일은 믿지 않는 게 좋다. 오늘 저녁에 내 삶이 마감될지도 모르는데 내일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떠날 때에 시간이라는 모래밭 위에 어떤 발자국을 남겨놓을까를 생각한다. ‘그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었어. 인정 많고, 베풀 줄 알고, 그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으니 잘 살다 간 사람 아닌가.’ 하는 평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겠다. 어찌 실패 없는 삶이 가능할까? 그건 신의 행동영역에 속한 내용이다. 좌절은 인생을 삽시간에 망친다. 중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그걸 이겨내야겠다는 굳은 의지 없이 내 인생은 이제 끝이구나 생각하면 그건 정말 끝이다. 꿈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꿈이 없으면 머리도 가슴도 없다. 꿈을 가지고 있는 한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곤경에 처했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면 그 곤경이 기회로 바뀐다. 사방이 꽉 막혀 있어도 위쪽은 언제나 뚫려있다. 그 위쪽은 하늘이다. 비를 내리는 날도 있지만, 햇살을 보내줄 때가 더 많다.
젊음은 마음의 상태이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젊었다고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슬기와 지혜로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다. 그 나이를 먹을 때까지 그 사람이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한다.
좋은 집을 지으려 하기보다 좋은 가정을 만드는 것이 좋다. 호화주택이지만 다투며 사는 사람이 웃음과 노래가 가득한 오막살이에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고대광실에서 살고 있다고 걱정거리가 없는 것일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모두 퍼주고 싶어 안달하는 친구가 있다. 어제도 주었는데 오늘 또 준다. 나에게 밥을 살 기회도 주지 않는다. 피 하나 섞이지 않았는데 우정이 흘러넘치기에 주고 또 준다. 천사다. 그러니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말은 또 얼마나 멋지게 잘하는가? 상대가 듣기 싫어할 말은 미리 체로 걸러내고 사용한다.
나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용서하고, 나를 다독거리는 마음으로 타인을 다독거릴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도 ‘상처가 스승이다’란 시에서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한 가지 용서하면, 신은 내 잘못 두 가지를 용서한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바보라도 사과속의 씨는 헤아려 골라 낸다. 그러나 씨 속의 사과는 모른다. 하늘만 안다. 그 씨가 발아해서 묘목으로 자라 사과를 만든다는 것을 모른다.
어떤 시인이었던가.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데 참 좋은 말을 했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꿈이 많고,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슬픈 추억이 많고, 눈을 좋아하는 사람은 순수하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름답고, 이 모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