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신건강이 악화일로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자살률 등 정신건강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입시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과 스마트폰 사용 증가 등도 정신건강 악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대 미만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20년 4만 808명에서 2024년 7만 5232명으로 84%나 증가했다. 이 중 10~19세 청소년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20년 3만 8500명에서 지난해 7만 13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청소년 불안장애 환자도 증가세다. 2020년 1만 9000명이던 청소년 불안장애 환자는 지난해 3만 3300명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2만 600명에 달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아동·청소년(0~18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자살률 역시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인구 10만 명당 1.9명이던 자살률이 2021년 3.3명으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3.9명으로 더 늘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국 상당수 학교들이 ‘위클래스’ 조차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만 2113개 초·중·고·특수 및 각종 학교 중 2813개(23.2%)는 ‘위클래스’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충남(61.3%), 충북(67.4%)은 전국 평균 설치율(78.8%)을 밑돌았다.
‘위클래스’는 학교 단위에 설치된 상담실이다. 교내 부적응 학생을 예방하고 위기 학생을 조기 발견해 상담하는 등 ‘1차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초중등교육법’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에는 학교에 상담실과 전문상담교사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위클래스’ 설치율은 70%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입시 준비로 학업에 찌든 학생들의 마음을 보듬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해 줘야 한다. 이는 가정에서 부모는 물론이고 학교,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학교 등 교육 당국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지 말고 다양한 원인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해 예방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선 ‘위클래스’가 설치되지 않은 학교에 빠른 시일 내에 설치를 추진하고 사회정서교육을 활성화해 청소년 정신건강을 지원해야 한다. 정서 행동 문제는 초등 저학년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