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하면서 왜 왔냐” 폭언에 항의하자 욕설도
장애인단체 “환자 모욕하고 보호자에 욕설 충격적”
충남 서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1급 청각장애인 환자에게 폭언을 퍼붓고 봉사차원에서 동행한 요양센터장에게까지 욕설을 내뱉은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27일 오후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1급 청각장애인 A 씨는 요양센터 센터장 B 씨와 간단한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의료진은 손짓으로 증상을 설명하려는 환자에게 “말도 못 하면서 이런 환자가 왜 왔냐”, “귀찮게 하지 말라”는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항의하던 센터장 B 씨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내뱉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피해 환자와 B 씨는 “아픈 몸으로 병원을 찾아갔는데 오히려 모욕만 당했다”며 “ 환자를 대하는 매뉴얼이 있을 건데 장애인 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은커녕 짜증과 비웃음으로 일관했다. 장애가 죄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무시당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병원 측은 담당 직원의 부적절했던 점을 인정하고 대기발령 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조치할 것이라며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장애인단체들은 “이 병원은 서천군으로부터 응급병원으로 지정 예산지원을 받고 있는 병원이다. 충격적이다”라며 “장애인을 향한 폭언은 단순한 불친절이 아니라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천군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조차 장애인이 모욕을 당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언행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인권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도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병원은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 교육과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애인 협회에서도 이사회를 열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의료 현장에서의 폭언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윤리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의료기관 내 장애인 인권교육과 감시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역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원 내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천=황인경 기자 1127newsi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