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병원 환자 10명 중 4명이 타지인

지방 환자들의 서울 원정이 지속되고 있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과 맞물려 서울지역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심화 됐는데도 서울 쏠림이 이어졌다. 서울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중 타지역 환자가 10명 중 4명에 달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2024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503만 3620명인데 이 중 타지역 환자가 623만 4923명, 41.5%를 차지한다. 이들이 서울 의료기관에서 쓴 진료비는 10조 8055억 원이다. 서울 의료기관 전체 의료비(30조 7085억 원)의 3분의 1이 타지역 환자들에게서 지출된 셈이다. 서울 의료기관의 타지 환자 유입 비율은 2014년 36.3%에서 꾸준히 상승해 2022년 이후 줄곧 40%대를 웃돌고 있다.
서울 원정 진료가 심화되는 건 지방 의료에 대한 신뢰도의 측면과 함께 인프라 자체가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 47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14곳(30%)이 서울에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은 서울 원정 진료의 주요 통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대전 서구을)에 따르면 2023년 빅5 병원을 찾은 환자는 266만 146명인데 이 중 비수도권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7.1%(72만 1930명)였다. 이 비율은 2020년 25.5%, 2021년 25.8%, 2022년 26.6% 등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원정 진료 환자는 2020년 59만 3577명에서 4년 새 21.6% 늘었는데 이는 수도권 환자 수 증가율(11.9%)과 비교해 2배나 높다. 환자 1인당 진료비는 비수도권 환자(평균 326만 원)가 수도권 환자(217만 원)보다 100만 원 이상 많은데 비수도권 환자들은 원정을 위한 장거리 이동과 숙박 등의 불편 등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지방 환자들이 교통비와 숙박비를 포함해 이중, 삼중의 비용을 들여가며 서울 의료기관, 특히 빅5 병원으로 향하는 건 지방 의료인프라가 그만큼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