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보장 vs. 학생 건강, 찬반 의견 엇갈려
학원 운영 시간 연장,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일까

서울시의회가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 가능 시간을 현행 오후 10시에서 자정까지 연장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현재 자정까지 학원 교습이 가능한 대전지역에서도 ‘심야 학습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입법 예고된 ‘서울시교육청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교과교습학원 및 개인과외교습자의 교습 시간을 현행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에서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로 연장하는 게 골자다. 학습권 보장과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개정의 이유로 거론됐다.
현재 17개 시도 중 중·고교생 학원 교습시간을 자정까지 허용하는 지역은 대전·울산·강원·충북·충남·경북·경남·제주 등 8곳이다. 전남은 오후 11시 50분, 부산·인천·전북은 오후 11시까지 학원 수업이 가능하다. 오후 10시 이전 학원 수업을 종료해야 하는 지역은 서울을 포함해 대구·광주·세종·경기 등 5곳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원 시간 연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59개 기관과 단체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교육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쟁교육 및 사교육 고통”이라며 “과도한 입시경쟁 고통으로 대학생의 81%가 고등학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생각하고 입시 및 학업 부담으로 초중고생 4명 중 1명이 자해와 자살을 떠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과도한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학원의 심야교습 시간을 연장하자는 조례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경쟁교육 고통을 완화하고 사교육 부담을 경감시키자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시의회가 여기에 비수를 꽂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행 자정까지 학원 교습이 가능한 대전지역 학원가에서도 술렁임이 감지된다. 학생 건강권 등을 이유로 심야 학습 시간을 축소해야 한다는 거다. 한 학부모는 “늦은 시간까지 학원이 운영하고 다른 아이들도 다니다 보니 안 보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늦은 시간까지 학원 수업이 진행되면 자녀의 학습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결국 학생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심야 학습 선택권’을 이유로 지금의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학원 교습 시간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한국YMCA전국연맹과 한국청소년지도사협의회, 한국청소년정책연대,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등 18개 청소년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공부만 강조하고 잠과 놀이, 관계의 시간을 빼앗는 사회는 청소년의 전인적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수면 부족은 우울증과 불안, 충동성을 높여 자살 위험을 키운다. 이것은 학습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존엄한 삶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지적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